[MLB 서울시리즈②] 정들었던 고척에서, 익숙한 유격수로…김하성의 특별한 출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타격에 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높이, 날아오른다.

 

화려한 외출이다. 내야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다.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에, 그것도 ‘얼굴’로 출전한다. KBO리그 출신인 데다 경기가 열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키움 시절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차근차근 성장했던 익숙한 그곳에서, 이제는 당당히 주전 메이저리거로서 경기를 치른다. 수많은 팬들과 옛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하성은 이제 누군가의 ‘꿈’이 되려 한다.

 

◆꿈을 꿨다

 

김하성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9순위)로 넥센(키움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2년차인 2015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6년(20홈런-28도루), 2020년(30홈런-23도루) 등 두 차례나 ‘20-20클럽’에 가입했다. 국가대표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제4회,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해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2019 프리미어12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구체적으로 미국 무대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프리미어12 대회가 기폭제가 됐다. 당시 김하성은 결승서 선제 2점 홈런을 때려내는 등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김하성은 최근 MLB닷컴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 “프리미어12 당시 미국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더블A 유망주가 나왔다. 제이크 크로넨워스(샌디에이고), 알렉 봄(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있었다. 나도 도전해보고 싶더라”고 밝혔다. 막연했던 꿈이 구체적 목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KBO리그 시절 키움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이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2024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꿈을 이뤘다

 

2020시즌을 마치고 빅리그 문을 두드렸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MLB 첫 시즌엔 주로 백업으로 나섰다. 117경기서 타율 0.202 8홈런에 그쳤다. 포기하지 않았다. 장기인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2022시즌 기회를 잡았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채우며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자랑했다. 2023시즌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4시즌은 조금 더 특별할 전망이다. 4년 보장 계약의 마지막 해다.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설 수 있다.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소 1억 달러, 올 시즌 성적에 따라 2억 달러대 계약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가장 자신 있는 유격수로 복귀한다. 지난해 잰더 보가츠에게 내줬던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첫 발걸음을 서울에서 내딛게 됐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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