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국정 과제로 지정한 정부는 2025년 하반기 UAM 시범 서비스를 국내에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UAM이 실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과제는 기체 확보다. 현재 UAM 실증작업에 사용하는 기체는 헬리콥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오파브(OPPAV)’ 등이다. 그런데 헬리콥터는 소음 때문에 실제 UAM 체계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오파브는 1인승 기체여서 사업성이 떨어진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오파브를 전장 9.2m, 날개폭 10.5m의 5인승급으로 확장하고, 최대 시속 340㎞로 개선해 상용화 환경에 더 가까운 조건에 맞춰 실증할 계획이다.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SK텔레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5∼6월 고객 11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UAM 서비스에 대한 우려 사항으로 전체 응답자의 가장 많은 35%가 ‘안전성’을 꼽았다.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선 UAM이 안전한 교통수단임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산학연 정책공동체 ‘UAM 팀코리아’를 통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UAM 체계를 만들 참이다.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 과장은 “UAM 기체는 국제선 비행기에 준해 안전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UAM 한 대가 ‘10의 9제곱’(10억) 시간(약 11만4000년) 동안 비행할 때 비로소 큰 사고 한 번이 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높은 안전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UAM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날기 위해선 관제 시스템인 도심항공교통관(UATM·Urban Air Traffic Management)가 필요하다. 현재 일반 항공기 운항은 항공교통관리(ATM), 드론 등은 무인항공기시스템교통관리(UTM) 시스템으로 관제하고 있는데, UAM의 등장으로 새 관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됐다. UAM은 비행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고정익 형태의 유·무인기와는 구별되는 데이터링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위한 부지를 마련하는 것 역시 숙제다. 버티포트는 수직 비행(vertical flight)과 항구(port) 또는 공항(airport)의 합성어로, UAM 기체가 이착륙하고 충전·정비 등도 할 수 있는 구심점이다. 기존에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던 ‘헬리포트’보다 대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수단인 만큼 여러 기체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일반인의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하고, 승객이 탑승을 대기할 장소도 갖춰야 한다. 버티포트가 늘어나지 않으면 UAM 상용화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업계에선 UAM 상용화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기존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공항시설법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오는 4월 시행되는 ‘도심항공교통(UAM)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심항공교통법)에 따른 시행령·시행규칙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도심항공교통법은 기존 항공법령의 규제를 벗어나 민간의 자유로운 실증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UAM 실증·시범운용구역 내에서 광범위한 규제 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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