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풀리는 집’이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7연승을 질주한다. 27일 홈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깨끗한 셧아웃 승리를 따내며 시즌 21승(11패) 고지를 밟았다. 승점 64점을 마크해 2경기를 덜 치른 2위 우리카드(20승10패·승점 59)와의 격차를 일단 5점으로 벌려두는 데 성공했다.
우리카드가 자력으로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만큼, 정규시즌 우승 경쟁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분위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좋다. 순위 싸움의 절정에서 찾아온 연승이 더없이 반갑다. 무엇보다 팀 전체의 경기력이 확 살아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부상으로부터 돌아와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주는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미들블로커 김민재의 폼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
정지석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 속에 사실상 커리어로우 시즌을 작성하고 있었다. 공격 점유율이 7.57%에 그친다. 확실한 공격 옵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득점은 144점에 불과하고 공격성공률도 44.03%에 머무른다. 프로 초창기를 제외하고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모든 수치가 최하위다.
하지만 중요할 때 기지개를 켠다. 5라운드 막바지 OK금융그룹전에서 공격성공률 무려 82.35%를 찍으며 16점을 쌓아 시즌 최다 득점 경기를 만들며 부활 낌새를 보였다. 그리고 이날 한국전력전에서는 시즌 최다 서브 득점 4개를 엮어 17점을 적립하는 데 성공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코트 흐름을 뒤집는 강서브로 모두가 알던 정지석이 돌아왔음을 증명했다.
김규민과 함께 중앙 라인에 벽을 세운 김민재의 성장도 눈에 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던 그는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재활과 회복에 집중한 끝에 3라운드부터 코트에 돌아와 젊은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5라운드부터는 스타팅으로 나서는 빈도도 늘어났다. 세터 한선수와의 찰떡 호흡에서 나오는 속공 득점, 블로킹 등에서 빛을 발하는 중이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주문대로다. 사령탑은 “우리 팀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명의 영웅이 나와줘야 한다”며 선수들의 다채로운 활약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해왔다. 그 결과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다.
그는 살아난 정지석에 대해 “완전한 몸 상태일 때의 서브를 보여준다. 그 서브 덕에 흔들리던 팀이 게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영건’ 김민재에 대해서도 “코트에 있건 없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선수였다”며 “부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매일 좋아지는 게 보인다”는 호평을 내놨다.
이어 “훨씬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뭔가를 가르쳤을 때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정말 좋은 선수, 지도할 맛이 나는 선수다”며 “지금처럼만 한다면 정말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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