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美食] "매운맛 줄이고 신맛 살려 뉴요커 사로잡았죠"

BS 인터뷰
이필수 '호족반' R&D 팀장

대표 메뉴 우대갈비…2023년 미국 진출
"현지 식재료 공수…한달 간 맛 연구
미국인 입맛에 맞춰 간 등 신경써
장조림 볶음밥·브란지노 구이 선봬"
이필수 호족반 R&D 팀장

미식의 중심지 미국 뉴욕에 한식 열풍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 맨해튼에는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식당이 속속 문을 열며 호응을 얻고 있다.

 

고급 한정식은 물론 한국식 술상, 갈비찜, 냉면, 심지어 돼지국밥에 이르기까지.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2023 뉴욕에서 꼭 가봐야 할 식당 100곳’에 한식당을 무려 6곳이나 올렸다.

 

2022년 뉴욕 미슐랭 가이드에 포함된 한식집은 2006년 대비 4배나 증가 했다. 71곳 중 11곳이 한식당이다. 미국 식음 트렌드 컨설팅 업체 Af&co는 2024년 식음료 트렌드 10가지 가운데 한식부터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뉴욕 한식 전쟁에 서울 강남의 웨이팅 맛집으로 이름난 호족반이 가세했다.

 

한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무려 3시간 이상의 웨이팅을 하게 만들었던 호족반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진출했다. 국내에 처음 호족반의 문을 열었을 때 ‘소문의 들기름 메밀국수’와 ‘특제갈비’를 먹기 위해 웨이팅을 걸고 인근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기억난다.

 

한국에서의 웨이팅 행렬은 미국에서도 이어지는 중이다. 오픈과 동시에 두 달 뒤까지의 예약이 모두 찼다.

 

호족반은 어떻게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25일, 서울 청담동 GFFG 연구개발실에서 이필수(사진) 호족반 R&D 팀장을 만났다.

이필수 팀장이 GFFG 호족반 R&D팀 팀원들과 메뉴 구상에 나서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호족반의 정체성은.

 

“호족반은 ‘훌륭한 민족의 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식을 베이스로 하되 일상에서 편하게, 전 세계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모던 한식을 호족반만의 식자재나 아이덴티티로 풀어나가고 있다.”

 

-대표 메뉴는.

 

“청담점과 뉴욕점에서 모두 선보이는 갈비다. 청담에서는 ‘NY갈비’로, 뉴욕에서는 ‘호족갈비’로 표현하고 있어 재미있다. 우대 갈비를 수비드로 익혀서 직접 끓인 갈비 소스로 간을 해 상에 낸다. 갈비 스테이크 느낌의 호족반만의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차갑게 먹는 들기름 메뉴도 시그니처다. 뉴욕점에서는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들기름을 블렌딩해서 선보이고 있다. 들기름 메뉴에 들어가는 가쓰오부시 향이 풍미를 돋우는 간장 소스도 직접 끓인다.”

호족반 뉴욕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 호족반 인스타그램, GFFG.
호족반의 시그니처 메뉴 특제 갈비와 들기름 메밀국수. 이는 모두 청담점과 뉴욕에서 맛볼 수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한식의 맛’은 재료 영향이 크지 않나. 미국에서 활용하는 식재료로 같은 맛을 내는 데 불편함은 없었나.

 

“물론 식재료로 인해 맛의 간극이 있었다. 예컨대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고춧가루가 한국과는 미세하게 다르다. 이를 위해 뉴욕 지점에서 한달간 체류하며 간과 맛을 잡는 디테일한 시간을 가졌다. 식재료 차이 없이 비슷한 메뉴도 있다. 갈비 같은 경우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부위를 쓰다보니 갈비 시그니처 메뉴들은 맛이 동일하다.”

 

-한국인과 미국인 입맛의 차이가 있나.

 

“아무래도 그렇다. 미국인들은 저희가 사용하는 감칠맛을 ‘짠 맛’에서 찾는 것 같다. 사실 한국 호족반이나 미국 호족반의 감칠맛 차이는 없고, 미국 호족반 메뉴의 간이 더 센 편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뉴욕점에서는 맛의 밸런스를 맞출 때 매운 맛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신맛에 좀더 신경쓴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샐러드를 먹을 때 마요네즈 베이스의 드레싱을 선호하지 않나.

 

반면 서양인은 비니거와 오일을 즐겨먹는다. 심지어 레몬주스 같은 산성이 강한 재료로 드레싱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물을 마실 때에도 곡물차를 선호하는 한국인에 비해 서양인은 레몬을 선호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잡았다.”

호족반 뉴욕을 찾은 고개들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GFFG

-미국 진출의 배경은.

 

“뉴욕의 핸드 호스피털리티와 협업, 현지에서 호족반이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두 회사의 생각이 일치해서 진행됐다. 호족반 청담점이 잘 되고 있고, 청담점을 찾는 외국인들도 우리 식당을 사랑해주신다. 미국 시장에서도 사랑받고 인기있는 식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양인 손님 비중이 높은 편인지.

 

“뉴욕 하면 서양인 비중이 높을 거라고 여기시는데, 사실 뉴욕에 사는 사람은 의외로 아시아인이 많다. 호족반도 서양인보다는 뉴욕을 찾는 외국인을 타겟팅한다는 목표로 진출했다. ‘브란지노 구이’ 같은 서양인 입맛에 맞춘 메뉴도 있지만 일본, 중국인을 겨냥한 ‘불닭 잡채’ 같은 메뉴도 선보인 이유다.”

 

-미국에서 정통 한식과 파인다이닝 한식 중 어떤 형태에 가까운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나.

 

“사실 호족반은 파인다이닝과 전통 한식의 중간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다. 너무 정통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파인다이닝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캐주얼한 분위기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해서 더 어렵다. 처음 메뉴개발을 시작할 때에는 전통 메뉴를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메뉴를 발전시켜왔다.

 

가령 ‘모던한식’을 지향하다보니 한국 요리의 식자재를 쓰되, 양식적 테크닉도 차용하고 있다.

 

전통 한식에 ‘수비드 기법’은 쓰지 않지만 호족반에서 갈비를 만들 때에는 16시간 수비드 방식을 쓴다. 한식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갈비의 텍스처를 양식 스타일로 사용해 한국적 맛을 내는 점이 재미있지 않나.

 

전통 한식에서 많이 쓰는 찜기뿐 아니라 서양의 열풍 테크닉도 쓴다. 양식과 한식의 조화를 잘 가지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미국 호족반이 오히려 좀더 한식스러운 것 같고, 청담 호족반이 퓨전 느낌이 더 있는 것 같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 기획과 개발했던 ‘컵라면 볶음밥’. GFFG

-미국에서만 선보이는 메뉴는 없나.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추가로 넣은 메뉴들이 4~6개 있다. 장조림 볶음밥, 브란지노(유럽 농어) 구이 등이다.

 

브란지노 구이는 서양에서 많이 먹는 생선요리다. 다만 호족반의 된장소스와 고갈비 소스를 각각 반반 적용해 만든 게 기존과의 차이점이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 기획과 개발했던 ‘컵라면 볶음밥’도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청담점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뉴욕점에 오픈할 때 개발한 ‘쭈꾸미 떡볶이’ 제일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호족반 뉴욕과 함께 모던 한식을 이끌어가는 호족반 청담점. 사진=정희원 기자

-호족반의 맛을 만들 때 우선시하는 점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밸런스다. 음식을 먹었을 때 맛이 있다고 생각되는 게 ‘밸런스’라고 생각된다.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매운맛까지 적절한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물론 단맛이 강조되는 메뉴가 있고 매운 맛이 강조되는 맛이 있지만 어느 정도 맛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필수 팀장이 메뉴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호족반이 지향하는 점은. 한식의 트렌드는 어떻게 진화할 것 같나.

 

“호족반에서는 전통 음식을 구현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까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 음식도 정말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풀어내지 않나. 호족반에 오셔서 음식을 통해 저희와 소통해주시면 좋겠다.

 

한식의 트렌드는 이제 음식을 넘어 ‘먹는 방법’으로까지 이어질 것 같다. 갈비를 테이블에서 구워먹는다거나, 쭈꾸미를 가위로 잘라 먹는 등 한국만의 식문화가 재미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야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겠나.”

 

이필수 팀장은... 미국 CIA요리학교(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의 호족반의 맛을 미국에서 선보이는 역할에 나서는 중이다. 파인다이닝을 거쳐 현재 GFFG에서 메뉴개발에 나서며 호족반 서울과 뉴욕을 담당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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