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상호가 장르다, '선산'서 충격 소재 쓴 이유

해당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상호가 장르다. ‘부산행’(2016) 좀비, ‘염력’(2018) 초능력, ‘반도’(2020) 좀비 아포칼립스(세계 종말), ‘방법’ 저주, ‘지옥’(2021) 사이비와 초자연적 현상 등 범상치 않은 소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연상호 감독이 ‘선산’을 공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된 윤서하(김현주)에게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연 감독이 기획과 각본을 썼으며, 부산행·염력·반도의 조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민홍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엔 한국형 오컬트다. 그래서인지 무속 신앙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무당·굿·삼재 부적·신당 등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 감독은 “한국의 정서에 기반을 둔 스릴러에 관심이 많다. 지상파로 가기엔 소재가 세서 부담스러워 하시더라. 넷플릭스가 성장을 하면서 선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해볼만 하겠단 반응을 얻었다.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입을 뗐다.

 

선산이라는 단어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연 감독은 “선산이라는 게 참 재밌다. 가족을 생각하면 통상 긍정적이고, 사랑으로 가득찬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선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친척과 재산으로 싸우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족을 중심으로 상반된 이미지가 떠오르 게 하는 소재라 재밌었다. 이 작품으로 한국인이 갖고 있는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들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배우 김현주와는 ‘지옥’, ‘정이’에 이어 연달아 3번째 작품이다. 연달아 한 배우와 작업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은 없을까.

 

연 감독은 “김현주 뿐만 아니라 저는 익숙한 스태프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익숙한 분들과 함께 하는 안정감이 있다. 동지다. 영화라는 게 굉장히 외로운 작업인데 크루라는 개념으로 모여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의지가 되더라”며 “민 감독의 첫 작품이기 때문에 프로덕션에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촬영 감독·미술감독도 4∼5작품째 함께 했다. 서로 잘 알고 안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민 감독에게 힘이 될 것 같았다. 김현주 배우도 그렇다. 믿을 수 있는 영화적 동료다. 능력·열망·열의를 봤다. 선산에서 익숙하지 않은 김현주를 만들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윤서하의 이복동생 김영호는 윤서하의 아버지가 자신의 친동생과의 근친을 통해 태어난 존재다. 극적 반전과 시청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장치였지만,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소재이기도 하다.

 

연 감독은 “저도 근친상간이 자극적 소재로만 소비되는 걸 원하진 않았다. 가족이란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밝혀질 땐 너무 충격적으로, 자극적으로만 연출하지 말자고 민 감독과도 얘기했다”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어 “통념에 어긋나는 관계이면서도 엄청난 사랑을 갖고 있는 인물을 시청자가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고 기대됐다. 김현주와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가족이에요’라는 대사를 어떤 식으로 읽을 것인가다.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많이 했다. 애매모호한 감정인 건데, 그것이 시청자에게는 질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김영호 캐스팅이 중요했다. 작품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 

 

연 감독은 “저는 김영호라는 인물이 미지의 생물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경수는 민 감독이 강하게 추천을 했다. 다른 작품에서 봤던 그의 다른 에너지를 궁금해하더라”며 “김영호 캐릭터는 작품 전체로 봤을 때도 명확한 설명이 안 되는 인물이다. 주어진 상황으로 추측하자면 어머니라는 존재에게 심각한 종교적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살았던 인물이라고 봤다. 심각한 가족 상황 속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아온 정신적 폭력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고립과 외로움 등에 시달리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차기작도 새로운 소재다. “‘기생수: 더 그레이’다. 원작 만화가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면, 기생수(팔에 들어온 기생 생물)의 포자가 한국에도 떨어졌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지옥 2’는 하반기에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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