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12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14 25-18 25-2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22승(6패)을 신고한 흥국생명은 승점 62점으로 1위 현대건설(21승7패·65점)을 맹추격한다.
다가올 봄, 마지막에 웃을 확률이 높은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 수식어가 붙었다. 여기서 흥국생명이 상대 2연패를 끊고 첫 승점 3점을 수확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맞은 5라운드서 4연승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2승2패로 주춤한다. 4라운드까지 8점으로 벌어졌던 승점 격차는 이제 3점에 불과하다. 승점 6점짜리 승리를 챙긴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우승을 건 피튀는 선두싸움을 예고했다.
하락세에 빠졌던 흥국생명이 ‘골칫덩어리’였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 작별하고 꺼내든 외인 교체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휴식기에 합류한 윌로우 존슨은 5라운드부터 코트를 밟아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보여주며 김연경의 일등 도우미로 거듭났다.
경기력만이 아니다. 흥국생명 코트 공기가 달라졌다. 한때 태도 논란까지 있었던 옐레나를 대체한 윌로우는 밝은 에너지를 팀에 불어 넣는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확실히 선수들이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팀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잘 되고, 경기 중 소통이나 리액션도 더 나아졌다”며 “확실히 팀이 안정감을 찾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윌로우는 IBK기업은행의 아베크롬비처럼 힘이나 높이가 압도적인 건 아니지만 테크닉을 갖췄다.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팀 분위기가 변했다”며 하나로 뭉친 흥국생명을 경계할 정도였다.
변화가 오롯이 드러났다. 17점을 올린 김연경을 필두로 윌로우(14점)-레이나 도코쿠(11점)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불을 뿜었다. 좋은 분위기가 1세트부터 압도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다. 팀 블로킹 1위다운 높이를 바탕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이어 리시브 불안 및 범실에 흔들리는 상대를 압박해 9점 차 대승을 만들었다.
궤도에 오른 흥국생명은 무서웠다. 2세트 초반 윌로우가 6연속 서브로 상대를 흔들며 팀 분위기를 올리자, 김연경도 6득점으로 날면서 세트를 가져왔다. 승리가 가까워진 3세트도 고삐를 놓치지 않은 흥국생명은 초반과 달리 팽팽했던 승부마저 이겨내며 현대건설 상대 시즌 첫 셧아웃 승리 쾌거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위파위 시통의 어깨 통증 부재 속에 모마 바소코가 17점으로 활발히 움직였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살아나는 ‘추격자’ 흥국생명과 주춤하는 ‘도망자’ 현대건설의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다. 두 팀의 입장이 반대였던 지난 시즌은 끝내 흥국생명이 1위 수성에 성공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덜미를 잡혀 ‘V3’ 꿈이 좌절됐다. 다시 한 번 각자의 꿈을 안은 두 팀이 고지를 오른다.
수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