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의 톡톡톡]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의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었는데도 앞차가 출발하지 않아서 답답했던 경험 있으시죠. 특히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커다란 트럭이 한참 동안 출발하지 않고 있다면 ‘도대체 뭐하길래 신호도 안보냐, 딴짓하는 것 아니냐’ 등등 혼자 트럭 운전자를 실컷 비난하며 경적을 울릴 겁니다. 그런데 내려서 상황을 가보았더니, 트럭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휠체어를 트럭운전사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실제 경험에서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사카모토 유지의 이야기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는 아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등장하는 깜찍한 형제도 있지만, 제가 ‘히로카즈’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작품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은 너무나 슬픕니다. 이상하게도 그 영화는 한 번밖에 안 봤는데도 생생하게 장면들이 기억나고요. 다시는 또 보고 싶지 않은 작품이랄까요. 그래서 포스터속 아이들의 모습과 ‘괴물’이라는 제목만으로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전 깨달았습니다. 그것 또한 저의 옳지 않은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영화는 학교 안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서 시점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엄마의 시점에서 선생님을 욕하며 바라보다가, 선생님의 시점을 보며 그를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보면서는 또 생각이 바뀝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 속 등장 인물에 푹 빠져서 이 사람 저 사람 손가락질을 하다가 마지막에 다가오는 공포와 많은 생각들.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무섭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가상의 괴물이고, 머릿속에서 ‘내가 저런 괴물을 만날 일은 없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커다란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오히려 두렵습니다.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데, 우리는 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오도된 선입견 때문에 부지불식중에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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