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줄 아는 당신이 챔피언입니다.’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14일 고양 소노 아레나. 오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지만 팬들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이른 시각부터 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를 즐기기 위한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가족 단위에서부터 친구, 연인 등 한 마음으로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응원하는 팀 유니폼 등 이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포토존, MD존 할 것 없이 어딜 가든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 뜨거운 인기, 코트가 달아올랐다
일찌감치 뜨거운 관심을 자랑했다. 올스타전 티켓의 경우 개시 3분 만에 5561석 전량이 모두 판매됐다. 팬들 사이에서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비명이 나올 정도. 2022년 대구(3300석), 2023년 수원(3165석) 행사에 이어 3년 연속이다. 팬 투표에도 이목이 쏠렸다. 최고 인기스타는 역시 허웅(KCC)이었다. 33만9206표 가운데 16만6616표를 얻었다. 3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다섯 번째다. 이상민 KCC 코치(9차례)의 뒤를 바짝 쫓는 중이다.
한층 높아진 농구 인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반기 흥행 청신호를 켰다. 3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총 35만5351명(평균 263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전년도 대비 관중 24%, 입장 수입 37% 증가했다. KBL 연례행사 중 하나인 농구영신 경기도 매진이었다. 홈팀인 한국가스공사 창단 후 첫 만원관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기대하기 충분하다. KBL 최초로 입장수입 100억 원 돌파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 선수도, 팬도 이날을 기다렸다
선수들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을 터. 이번 올스타전은 한국농구연맹(KBL) 캐릭터 이름을 딴 ‘크블몽팀’과 ‘공아지팀’으로 나눠 경기를 펼쳤다. 깜짝 선물들을 대거 들고 왔다. 특별한 퍼포먼스는 기본이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최성원(SK)의 댄스(엘리베이터안에서)로 포문을 열었다. K-POP을 비롯해 각종 챌린지(스모크, 최애의 아이, WOP, 첫눈) 등 선수들의 색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피날레는 허웅의 귀여운 POPPY(스테이시) 댄스였다.
곳곳에 유쾌한 볼거리를 장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윤기(KT)는 경기 시작 전 마이크를 들었다. KBL표 시그널 송을 직접 불렀다. 전반 작전타임 땐 유기상(LG)의 패기 넘치는 신인 신고식도 있었다. 대릴 먼로(정관장), 허일영(SK)은 2쿼터 시작과 동시에 심판으로 변신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판정이었다. 가차 없이 불리는 휘슬에 선수들은 항의가 빗발쳤다. 3쿼터 초반엔 공아지팀 장신 멤버와 크블몽 단신 멤버가 맞붙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 퍼포먼스만? 경기력도 놓치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만큼 메인메뉴도 확실했다. 경기 또한 팽팽했다. 3점 슛, 덩크 콘테스트 등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선 함성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은 잊지 않고 시원한 세리머니로 답했다. 크블몽팀에선 허웅과 하윤기가 전반부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공아지 팀에선 자밀 워니(SK)가 든든하게 골밑을 지켰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코트 위를 누볐다.
이날 경기는 연장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다. 올스타전에서 연장전을 치른 것은 2002년 이후 22년 만이다(역대 3번째). 135-128로 공아지팀이 웃었다.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자밀 워니(SK)가 차지했다. 34분11초 동안 51득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몰아쳤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 득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자니가 올스타전 MVP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인도 예상한 듯 일찌감치 무대 앞으로 나왔다.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은 이관희(LG)에게로 돌아갔다.
고양=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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