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축제다!’
겨울 추위가 매섭게 파고든 7일. 꽁꽁 언 날씨도 여자프로농구 팬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7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이 뜨겁게 타올랐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 북적거렸다.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2309개의 자리가 꽉꽉 채워졌다. 지난 시즌(인천)에 이어 2년 연속 매진이다. 그 이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입장이 다소 제한적이었다.
◆ WKBL 사상 처음, 아산이다!
이번 축제는 유독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아산에서 열리는 첫 올스타전이다. 우리은행이 연고지로 삼은 지 8시즌 만이다. 아산은 우리은행이 2016년 새로운 연고지로 삼으며 여자프로농구(WKBL)와 인연을 맺었다. 우리은행이 왕조 시대를 여는 데 발판이 됐다. 보통 올스타전은 타이틀스폰서 연고지에서 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2018~2019시즌에도 타이틀스폰서를 맡았지만, 당시엔 여러 이유로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WKBL은 이번 올스타전 슬로건을 ‘올스타답게’라고 지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WKBL은 지난 시즌부터 축제 형식을 가미, 단순한 이벤트 경기를 넘어 지역 농구 축제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감(五感)을 만족시킬만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맛있게 먹자(먹거리), 재밌게 놀자(놀거리), 함께 즐기자(볼거리), 지갑을 열자(살거리) 등을 마련했다. 한일 라이징 스타들의 맞대결도 펼쳐졌다.
진기한 기록들도 수놓아졌다. 김단비(우리은행)는 올스타전 페스티벌 단골손님이다. 올해도 팬 투표 5위로 당당히 초대장을 받았다. 데뷔 3년차였던 2009~2010시즌을 시작으로 무려 15시즌 연속 출장이다. 현역 선수 중에선 이경은(신한은행)이 12회로 한채진, 강아정 등과 공동 2위다. 생애 첫 축제에 나선 이들도 있다. 신이슬(삼성생명)과 이명관(우리은행), 이주연(삼성생명) 등이다. 이주연은 지난 시즌에도 선정됐지만 무릎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 농구면 농구, 세리머니면 세리머니!
등장부터 화려했다. 그간 숨겨왔던 ‘끼’를 맘껏 발산했다. 이번 올스타전에 선발된 20명의 선수들은 각자 준비한 댄스를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다. K-POP에서부터 트로트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했다. 리본 머리띠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잊지 않았다. 세리머니 또한 화끈했다. 지난 시즌 올스타 페스티벌서 최우수선수(MVP)와 최고 퍼포먼스상를 섭렵했던 진안(BNK썸)은 과감하게 상의 탈의로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유니폼 안쪽에 근육질 의상을 살짝 배치했다.
볼거리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본 경기에도 집중했다. 양 팀 주장이었던 박지현(우리은행)과 신지현(하나원큐)은 경기 전부터 “반드시 이기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중간중간 감독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으나 경기 중반 후 집중도가 높아졌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4쿼터다. 눈빛이 바뀌었다. 빠른 템포로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블루스타 진안, 핑크스타 이소희(BNK썸) 등이 힘을 냈다. 막바지 강이슬(KB국민은행)의 연속 3점 슛도 인상적이었다.
최고의 별은 박지수(KB국민은행)였다. 이날 19분22초 동안 17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핑크스타가 우승(90-88)을 차지했다. 박지수는 2019~2020시즌에도 올스타전 MVP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만 21세1개월6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였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돌아온 박지수는 이번 시즌 펄펄 날고 있다. 경기 당 평균 20.53득점, 16.6리바운드, 5.1 어시스트 등을 기록 중이다.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세 라운드 연속 MVP에 뽑히기도 했다.
아산=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