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정우성 “거절했던 ‘서울의 봄’, 감독 협박에 출연” 너스레

‘서울의 봄’은 정우성에게 봄을 안긴 작품이다. ‘첫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 이후 약 30년 만이다. 앞서 그의 최고 흥행작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668만명이다.

 

정우성은 극 중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반란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해 스크린을 장악했다. 강렬한 눈빛과 굳은 표정으로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신념을 가진 군인 이태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 관객은 자연스럽게 군사반란에 맞서 흔들리지 않고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을 응원하게 된다. 

 

-처음엔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공교롭게 캐스팅 제안이 ‘헌트’ 촬영을 마쳤을 때 들어왔다. 두 작품 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대립구도였다.  그런 우려를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김성수 감독님이 개봉 시점이 다를 거고 내용도 전혀 다른 영화라 자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감독님이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알았어, 작품 엎지 뭐’라고 협박을 하셔서.(웃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깊었겠다.

 

“참고하라며 보내주신 영상이 과거의 제 모습이었다. UN 친선대사 활동을 하면서 뉴스에서 인터뷰한 모습들이다. 난민 이슈 관련해서 인터뷰한 것이 엄청난 공격을 받았는데, 의연하게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신 것 같더라. 감독님과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또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다. 무엇보다 이태신이 가진 신념이 관객 여러분께 잘 전달되도록 연기해야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우로서 가진 역량을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 모두 쏟아부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로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다.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이태신은 실존 인물에 허구성을 입힌 캐릭터다. 이태신을 통해 어떤 의미가 전달되길 원하진 않았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캐릭터는 그 의미를 쫓게 되니까. 감독님이 처음에는 불과 물의 뜨거운 대립을 상상했다가 이후에 물이 되기 위해 이태신이 좀 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전두광과 붙는 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두광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기회는 별로 없다. 일부러 전두광 패거리들 촬영하는 신에 찾아 가서 많이 봤다. 어떤 작품보다 상대의 연기를 많이 관찰한 것 같다.” 

 

-황정민의 파격 변신이 화제다. 현장에서 전두광 역의 황정민의 민머리 특수 분장을 본 소감은 어땠나.

 

“김독님이 분장 테스트를 보내주셨는데, 그 페르소나를 쓴 황정민의 기세가 느껴졌다. 정말 부러웠다. 나는 이태신이라고 해봤자 흰머리를 붙이는 게 전부였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놀랍고 징글징글하더라. 타죽을 뻔했다. 타 죽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배우가 의상을 입는 순간 의상을 통해 얻는 기운, 힘이 있다. ‘정민이 형은 분장의 기운까지 도와주는구나’ 했다.”

 

-김 감독과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아수라’(2016)에 이어 무려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비트’ 때도 나를 젊고 예쁘장하고 인기 많은 배우로 대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해줬다. 제게 김성수 감독님은 최고의 선배이자 동료다. 감독님은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 것 같다. 본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 총량을 다 쓰신 것 같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집요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독이다. 사실 그래서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 집요함 때문에 과장 조금 보태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 아수라 때 감독님이 발목을 다쳤을 때 박수치고 좋아한 게 저다. 하하.” 

 

-후반부 탱크와 혼자 대치하는 상황도 인상적이다. 

 

“이태신이 무서워서 눈을 감지 않나. 그 장면에 제발 멈추라는 이태신의 간절을 표현했다. 그 촬영을 할 때 진짜 몸이 떨리더라. 날씨가 쌀쌀했지만 몸이 떨릴 정도는 아니었는데 들키지 않게 떨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한기가 느껴졌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어떤 반응을 가지고 영화관을 나가길 바라나.

 

“영화의 진짜 시작은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나간 후인 것 같다. 같이 얘기하고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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