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역사적 인물, 이름 바꾼 이유요?” 비하인드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이 배우 황정민이 맡은 전두광의 이름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배우들이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에는 역사 속 인물들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두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지금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전두환은 전두광으로,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이태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정상호,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공수혁,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오국상이란 이름을 받았다.

 

김 감독과 홍인표·홍원찬·이영종 등 네 사람이 각본을 맡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름을 바꾸자’라는 결론이 났다. 김 감독은 “그 사람들이 12.12의 그날을 승리의 역사로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그들은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해도 무관하지만, 내가 변형한 인물이라서 이름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받은 시나리오도 훌륭한데 왜 연출에 달려들지 못했나 했더니, 사실의 정황적 묘사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군상이 보여지는 욕망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름을 조금씩 바꾸니까 되게 자유로워지더라.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역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창작자의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부분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가장 허구와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인물이다. 김 감독은 “이태신은 탐욕스럽고 권모술수에 능한 캐릭터인 전두광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로 묘사했다. 정확히 말해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신념을 지키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듬직한 아버지 같은 인물로 이태신을 그려냈을 때 영화 속에서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립이 더욱 긴장감 있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정우성은 연기에 대한 순수한 고집과 신념이 있는 배우로 이태신 캐릭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관객의 분노를 일으키는 전두광 역에 황정민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아수라’에서 호흡을 맞췄을 때, 그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이후 1년쯤 지나 연극 ‘리차드 3세’에 초대해 줘서 봤다.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이고 사악하고 내면이 뒤틀린,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왕을 연기하는 그를 보면서 정말 놀랐다. 그러다 한 3년 후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 공연을 또 하길래 보러 갔다. 두 번째도 역시나 놀라운 연기력이었다”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이어 “‘전두광은 황정민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두광은 원래 문제가 있는 인간이기도 했지만 이 사건을 겪으며 점점 더 무리의 왕이 되고 그들을 결코 믿지 않지만 설득하고 끌어들이면서 탐욕의 왕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황정민이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전두광이라는 이름의 ‘광’은 빛날 광이다. 이는 제작진의 투표로 결정된 것이라고. 그는 “캐릭터 이름 몇 개를 써두고 투표를 했는데, 전두광이 항상 1등이었다. 여러 이름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에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모든 캐릭터의 이름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외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웃음). 이름과 대사가 있는 배우만 68명이더라”고 전했다.

 

배우 캐스팅에 한창이었던 2021년 11월. 거대한 악 전두광의 모티브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그는 “태어나고 죽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죽음은 덧없고 초라하다”라고 운을 뗐다.

 

김 감독은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서울의 봄은 ‘저 사람 나빴어요’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 하찮은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고, 관객들이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영화 제작의 의도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사진, 그건 12.12 군사반란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사진이다. 그들에게 이 단체 사진은 승리의 기록일 것이다. 자랑스럽고 멋진 기억이겠지. 하지만 당신들의 자랑과 기쁨이 이 영화에선 패배의 기록이자 보잘 것 없는 탐욕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를 만든 이유고, 의도했던 바다”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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