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배드민턴 남자 복식 은메달리스트 최솔규와 배드민턴 대표팀 그리고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이의 갈등이 알려지면서다.

 

◆꼬인 실타래

 

지난 7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기간, 최솔규가 음주 후 팀 훈련에 차질을 빚은 게 발단이었다. 여기에 그가 대표팀 숙소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불러들인 사실까지 발각됐다.

 

국가대표 행실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대표팀이 협회로 이 사실을 보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보고를 받고, 선수 면담을 진행했다. 본인도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징계는 AG 이후로 정했다. 이미 엔트리에 들어갔고, 마지막 기회를 주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선수 의사도 있었다. 일종의 배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10월,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그에게 국가대표 자격 정지 2년 징계를 내리려 했다. 다만 그 수위가 잘못의 정도에 비해 과하다는 일부 주장에 의해 재심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변동이 생겼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달이었다. 각 소속팀에 ‘대표팀 선수들은 강화 훈련에 참석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징계가 논의 중이었으니 최솔규에게도 마찬가지로 공문이 갔다. 그때 그의 소속팀 요넥스로부터 ‘선수가 (대표팀) 은퇴 의사가 있어서 이번 훈련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달 받았다. 이번달 있을 2024 대표 선발전도 뛰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은퇴 의사’로 인해 징계 논의가 멈췄다. 선수 본인이 은퇴를 결심하면 징계의 실효성이 사라지게 되니, 더이상의 논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었다. AG 이후 덴마크·프랑스오픈 및 일본·중국 마스터즈 등 주요 국제 대회에 최솔규의 출전이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첨예한 대립

 

다시 잡음이 생겼다. 최솔규의 미출전을 이상하게 여긴 그의 가족들이 사태 파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최솔규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솔규의 아버지는 “김원호의 부상으로 인해 코리아오픈 출전이 불발돼 속상했던 마음에 대표팀 동료 2명과 술을 마셨고 다음날 집합 시간에 늦었다. 여자친구를 부른 건 미출전으로 인해 불필요해진 짐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는 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용서를 구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왜 솔규에게만 화살이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함께 음주한 두 선수는 지금도 대표팀에 있지만, 솔규만 코치진의 지시에 따라 선수촌을 나가야 했다”고 억울해 한 그의 아버지는 “파트너와 운동 한 번 하지 못하고 AG에 출전했다. 대회 기간에는 투명인간 취급하고 왕따 시켰다. 사이드코칭도 없었으며 결승전 당시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솔규가 없는 자리에선 아들을 비난하고 모욕했다”며 최솔규가 스포츠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협회가 인지한 ‘은퇴 의사’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 지도자들의 스포츠폭력이 갈수록 심해져 훈련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 뿐이다. 지금도 스트레스가 심해 일상 생활도 어려운 지경”이라며 “스포츠폭력의 실체를 밝히고, 솔규가 정상적으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음주로 인한 훈련 불참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 그 점에 대해서 본인과도 면담을 했던 것이다. 선수 가족들의 주장과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자료를 정리해서 차근차근 정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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