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맨발 걷기, 족저근막염 유발할 수도

영화 ‘어느 가족’, ‘브로커’ 등을 통해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사전 예매량을 기록함과 동시에 ‘제42회 벤쿠버국제영화제’ 관객상, ‘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지난 3월 별세한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 故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이 참여했던 작품인 만큼 의미가 더욱 깊다.

 

영화는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는 미나토의 이상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다. 갑자기 집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더니, 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물통에 흙이 차 있거나 신발을 한 짝만 신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미나토를 찾으러 나간 사오리는 깊은 산속 버려진 터널에서 아들을 발견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며 사오리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던 찰나 갑자기 미나토는 달리던 자동차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사오리는 미나토를 데리고 곧바로 병원을 향했고 검사 후 미나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미나토는 사오리의 추궁에 담임 선생님인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 분)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답한다.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영화는 호리 선생의 관점과 미나토의 관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다시 풀어낸다. 

이번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의 하굣길 신이다. 미나토는 반에서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학우인 요리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고 등·하굣길도 겹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어느 날 미나토는 신발을 잃어버렸는지 맨발로 집에 가는 요리를 발견하는데, 발이 시꺼멓게 될 정도로 걷던 요리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린다. 이에 미나토는 재빨리 다가가 무슨 일인지 살피지만 요리는 다친 게 아니라 장난을 친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의 순수하고 장난기 어린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험한 길을 맨발로 한참이나 걸어온 요리의 발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신발의 완충 작용 없이 딱딱한 바닥을 장시간 걷게 되면 족저근막에 부상을 입기 쉬운 데다, 극 중 요리는 항상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작은 신발을 구겨 신고 다녔기에 발바닥 건강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에 위치한 얇고 긴 섬유막으로, 발바닥의 아치와 탄력을 유지해 보행 시 충격을 완화해준다. 하지만 요리의 경우처럼 외부 충격이 누적돼 족저근막이 손상을 입으면 염증과 통증이 발생해 ‘족저근막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족저근막염은 한번 발생하면 회복이 더디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어리더라도 방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족저근막염 치료를 위해 침·약침치료를 주로 진행한다. 족부 주요 혈자리에 진행되는 침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근막의 회복을 도와준다. 그리고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투여하는 약침은 염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히고 통증을 해소한다.

 

실제 중증 족저근막염 환자에게 총 4회에 걸쳐 약침 치료를 실시한 결과, 환자의 통증숫자평가척도(NRS)가 가장 극심한 통증을 의미하던 10점에서 증상이 미약한 수준인 2점대로 감소했다는 자생한방병원의 연구논문이 학계에 소개된 바 있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아침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이 있지만 활동을 하며 통증이 완화되는 탓에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됨에도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염증이 심해져 원활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꼭 의료진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장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