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 온 가족이 모여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김장 준비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경우가 37.9%를 차지한다.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얻는다는 가구도 44.6%다. 10명 중 8명은 직접 담근 김치를 먹는 셈이다.
다만 적은 양의 김장이라도 평소 가사일보다는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이후 ‘후폭풍’에 주의해야 한다. 김장 후 손목이나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을 느끼기 쉬워서다.
홍세정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김장처럼 단시간에 근육과 관절, 인대를 반복적·집중적으로 과사용하는 경우 급성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작업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나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복되는 동작에 손목·팔꿈치 통증 유발
김장할 때는 소금과 물에 절여 무거워진 배추를 들어 옮기고 뒤집으며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에서 손목과 팔에 반복적인 움직임이 누적돼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저림 증상을 느끼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이를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 증상이 나타난다. 김장은 손목 관절을 혹사시키는 동작이 많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장 과정에서는 재료를 들어 움직이거나 버무리다보면 팔꿈치도 긴장하기 쉽다. 팔꿈치는 손과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과 힘줄들의 집합으로 버무리고 들어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상완골 외측상과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테니스 엘보’로도 잘 알려졌다.
홍 원장은 “테니스 엘보는 손목과 팔을 많이 사용하며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들이 흔히 겪는 질환”이라며 “한 번의 큰 충격보다는 주로 작은 충격이 축적돼 생긴다. 김장 후 팔꿈치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중년 주부들이 많은데, 손목을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테니스 엘보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손목 풀어주는 스트레칭: 바르게 서서 한 손에 물병을 쥐고 손목을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해서 해주면 좋다.
◆쪼그리고 구부리다 무릎, 허리 통증 발생
김장할 때 쪼그리는 자세는 무릎 건강에 최악이다.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40~50대 중년 주부들은 지속적인 무릎 관절 사용으로 인해 연골이 이미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쪼그려 앉는 등 무릎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오래 이어가면 연골 손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관절염의 진행 속도 또한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 낮은 의자 등을 챙겨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꽉 찬 김치통처럼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른 후에는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겪기 쉽다.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배추나 무를 오래 씻는 것도 부담이다. 홍 원장은 “실제 김장 후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사람 중에는 요추 염좌가 대다수”라며 “이는 근육 사용의 정상 범위를 벗어날 만큼 무거운 짐을 들거나 잘못된 자세를 장시간 취할 때 갑작스러운 인대의 수축, 비틀림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없이 통증을 참거나 파스 등으로 자가치료 하는 경우 약해진 인대와 근육이 허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만성 요통을 유발하고 습관성 염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리 긴장 완화하는 스트레칭: 바로 선 자세에서 의자 등받이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허리를 천히 숙이고 천장을 향해 등을 둥글게 말아 올려 10초 정도 유지하는 동작
◆통증 예방하는 작업환경은
김장 후 겪을 수 있는 통증을 예방하려면 작업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되도록 맨바닥 보다는 식탁이나 작업대 등을 사용, 의자에 앉아서 김장하자. 작업 자세를 자주 바꿔주고 3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손목보호대나 허리보호대를 착용해 인대와 근육을 보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관절 주변이 차가울수록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철저한 보온에 신경쓰자.
홍세정 원장은 “손목, 팔꿈치, 허리 등 관절의 일시적인 통증은 충분한 휴식과 찜질, 스트레칭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며 “통증 초기에 소염 진통제 복용이나 주사로 완화시키는 치료로 개선될 수 있어 김장 후 아픈 부위가 생겼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라”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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