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경주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기량에 따라 특선(S), 우수(A), 선발(B) 총 3등급으로 나눠진다. 각 등급 안에서도 1,2,3반을 지정해 더 세분화시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을 묶어 놓음으로써 좀 더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과 다양한 결과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21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2011년에는 최상위 등급인 특선급을 총 4반으로 나눠 S1반의 윗급인 슈퍼특선반(SS)을 신설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기에는 벨로드롬의 최고 스타 14명을 선별해 그랑프리는 물론 각종 대상 경주에 고정 출전시킨다는 계획이어서 팬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이 14명 안에서도 기량차가 심했고 대상경주 외 일반경주에 출전 빈도가 떨어지다 보니 이외 경주의 흥행성 저하, 선수들의 연간 고정 출주 배분 등을 맞추기 어려운 여러 진통들이 뒤따랐다. 이에 결국 SS반은 14명에서 5명으로 축소되기에 이르렀다. SS반은 500여명이 넘는 경륜 선수들 중 약 1%만 차지할 수 있는 명예스런 타이틀이라서 이 고지를 향한 선수들의 목표의식 만큼은 대단하다.
문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팬들은 명성에 걸맞는 진정한 명승부를 기대한다. 하지만 같은 슈퍼특선반 선수들이라도 임채빈, 정종진으로 대표되는 투톱을 놓고 2,3착만을 목표로 하거나 아니면 득점대로 앞뒤로 붙어 타는 등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전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수의 팬들은 가장 변화무쌍하고 박진감 넘쳐야할 특선급을 선발, 우수보다 전개가 단순하고 재미없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슈퍼특선반의 주축 선수들이 늘 일정하고 자주 접하다보니 이들이 자연스레 친분이 형성되면서 서열이 나눠지고, 이것이 기득권으로 발전된 점을 꼽고 있다. 슈퍼특선반을 계속 유지하려면 단 한번의 6,7착이라도 매우 치명적이다. 덕분에 같은 등급이라도 최상위 실력자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등장한 또 하나의 문제도 상당한 이슈다. 경륜의 승패에 있어 라인 연대는 대단히 중요한 몫이다. 코로나 이후 경륜은 크게 선수협, 노조 두개로 분리됐다. 그런데 슈퍼특선반 전원이 한쪽에 편중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연대가 열악한 한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승부에 임하고 있다. 성낙송, 윤민우, 이태호, 정충교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특선급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경주 혼신을 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부와 명성을 자랑하는 특급 선수들이 실상은 재미가 없고 실리만 추구하는 경주를 한다”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에 걸맞는 경기 내용과 팬들의 시선을 살피는 책임감도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륜 원년 전문가인 최강경륜 박창현씨는 “가장 화려하고 재미있어야 할 SS등급이 이에 부응하지 못해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까 우려된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정이 필요한 시점 같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 minj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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