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뗀 게 아니다…대한항공은 모두가 '차포'였다

대한항공 정한용(왼쪽)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왕조의 뎁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은 1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에서 3-0(25-20 25-19 25-22)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파죽의 5연승과 함께 시즌 6승(2패), 승점 19점을 찍으면서 1위 우리카드(승점 20점)를 맹추격한다.

 

지금의 대한항공은 100% 전력이 아니다. 팀이 자랑하는 국내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은 허리 부상으로 올 시즌 출전이 전무하다. 여기에 V리그에서 핵심으로 인식되는 외인 카드, 링컨 윌리엄스는 경기력이 좀처럼 만족할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사실상 차포(車包)’ 모두 떼고 시즌을 헤쳐가고 있다.

 

그럼에도 기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빈 자리를 메우는 자원들이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매 경기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석 자리에는 ‘스텝업’에 성공한 정한용이, 링컨 자리에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버티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정한용. 사진=KOVO 제공

 

프로 3년 차 정한용은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이다. 1라운드 두 번째 경기부터 선발 출전해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했다. 주전 도약과 함께 경기를 거듭하며 성장한다. 지난 11일 KB손해보험전이 백미였다. 한 경기 최다 6개의 서브 에이스와 함께 블로킹 3개, 후위 공격 4개를 더해 22점을 쏟아내며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으로 포효했다.

 

여세가 삼성화재전에 미쳤다.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1개를 엮어 14점을 수확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상대 집중 공략 속에 팀 내 가장 많은 21개의 리시브를 책임지면서도 57.14%의 효율로 버텨내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는 임동혁도 외인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빚어내는 중이다. 1라운드 막바지 한국전력전부터 스타팅에 이름을 올려 정한용과 함께 쌍포를 구축했다. 앞선 7경기서 57.36%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자랑해오던 그는 이날도 12득점을 거두는 동안 60%의 성공률을 마크했다.

 

대한항공의 임동혁. 사진=KOVO 제공

 

보통 ‘차포’를 떼면 그정도 레벨의 자원이 들어오지 못하는 게 정론이다. 사실상 1군급 더블 스쿼드를 갖춰야만 가능한데, 그정도의 뎁스를 갖추는 건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걸 대한항공은 해내고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린 어떤 선수가 들어오더라도 한 자리를 충분히 채우고, 팀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모든 선수가 성장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니까 나오는 결과다. 우린 나쁜 훈련이 하나도 없다”며 “경기를 이기든 지든 다음날 다시 체육관에 나오면 모두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건 자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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