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공정·균형의 가치…'프라시아 전기' 이유 있는 흥행

국내 '자뻑 마케팅' 해소 나서
3월 '크리에이터즈' 제도 출범
일반 유저도 혜택받는 시스템
차별화된 콘텐츠와 함께 흥행
'메이플스토리' 등도 적용 확대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중견 배급사 대표는 시장을 주도할 특출난 신작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올해 상반기를 떠올렸다. 그는 “기-승-전-‘리니지’로 귀결되는 흐름이 새내기들의 간헐적인 공세로 멈칫하다가 곧장 이어지는 패턴이 잦았다”면서 “이런 가운데 ‘프라시아 전기’가 매출 순위 30위권을 오가고 있는데, 아직 다소 왜곡된 국내 매출 구조를 감안하면 실제 벌어들이는 금액으로는 10위권에 안착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말한 왜곡된 국내 매출 시장은 음반이나 출반 업종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돼온 이른바 ‘사재기’ 개념과 관련이 깊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자뻑 마케팅’으로 별칭하기도 했다. 게임에서 발생하는 매출 중 일부를 특정 커뮤니티(길드)나 게임 방송을 담당하는 BJ에 환원·보상하는 방식이다. 각종 집계 사이트에 공지되는 매출 순위를 올려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착시를 불러오고, 궁극적으로 게임 콘텐츠의 근간인 밸런스(균형)와 공정의 문제에 직면한 사례였다.

프리시아 전기는 '유저에 의한, 유저만을 위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에다 콘텐츠 본연의 차별성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호응을 한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넥슨과 넷마블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공정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 2022년 ‘히트2’를 시작으로 넥슨은 일반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후원 시스템을 도입했고, 올해 3월에는 일명 ‘넥슨 크리에이터즈’ 제도를 정식 출범시켰다. 이용자가 자신이 응원하는 크리에이터의 후원 코드를 입력한 뒤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면 이 금액의 일부를 크리에이터에게 돌려주고, 한편으로 해당 크리에이터가 미션(임무)을 완료한 후 다시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이는 3월 출시된 신규 IP(지식재산권) 프라시아 전기에도 적용됐고 6월에는 ‘메이플스토리M’, 7월은 ‘메이플스토리’로 늘어났다. 넷마블도 이와 유사한 파트너 크리에이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정욱 넥슨 신임 공동 대표 내정자는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고, 게임 기업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출발점”이라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공정과 균형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리시아 전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넥슨의 선제적(先制的) 대응은 시장에 적중했다. 프라시아 전기는 ‘유저에 의한, 유저만을 위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에다 콘텐츠 본연의 차별성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호응을 한껏 누리는 모습이다. 발매 200일이 흐른 현재까지도 충성도가 높은 유저들의 재방문율 지표가 유지되고 있고 결사(길드) 커뮤니티는 매우 활발하다. 다른 서버의 유저와 만나 결투할 수 있는 ‘시간틈바귀’ 등 콘텐츠 확장도 부단하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넥슨 역시 IP 발굴이 절실한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도출하면서 기업의 역량도 입증하고 있다.

넥슨은 화려한 트레일러보다는 게임 영상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가감 없이 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프라시아 전기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장 활성화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 속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질적인 차별성 없이 흡사(like)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으로 불어나는 까닭에 항상 옥석 가리기가 관건인 상황이다. 넥슨은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MMORPG 장르의 정형화된 골격 대신, 독창적인 놀거리 양산에 집중했다.

MMORPG 플레이 방식을 분석해 창작된 '어시스트 모드'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례로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해 플레이하는 RPG 장르 특성상, 넥슨은 창의적인 내러티브 전개로 몰입도를 키웠다. 엘프와 인간의 전쟁 구도에서 엘프를 악으로 설정했고, ‘파벌’ 콘텐츠로는 다채로운 스토리가 펼쳐졌다. 넥슨 측은 “MMORPG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이 ‘아무 게임’이나 플레이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시아 전기는 콘텐츠 측면에서도 여러 시도를 단행했다. ‘거점’이라는 영역을 설정해 MMORPG의 핵심 콘텐츠인 성(城)의 주인이 누구나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결사의 터를 직접 경영하고 번영시키는 묘미를 선보였다. 이로써 더 강력한 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광활한 심리스 월드의 특징을 살려 별도의 인스턴스 던전을 형성하지 않았고 이용자들끼리 조우하면서 각자 세력을 과시하는 재미를 특화했다. 캐릭터 성장과 장비 강화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도록 ‘검은칼’이란 웨이브 던전 콘텐츠도 꺼냈다.

특히 MMORPG 플레이 방식을 분석해 창작된 ‘어시스트 모드’는 긍정적인 반응을 최대치로 이끌어냈다. 단순히 사냥을 지속하는 기능이 아닌,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상황, 자동정비, 지정 사냥터 설정, 추종자 파견 등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했다. 이익제 디렉터는 “프라시아 전기만의 독창성을 지키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고, 게임 안에서 이용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쌓일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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