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이준영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용감한 시민’

배우 이준영이 영화 ‘용감한 시민’을 통해 완벽한 연기 변주를 선보였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용감한 시민(박진표 감독)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먹고 살기 위해 조용히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법도 경찰도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네이버평점 9.8점을 받은 바 있는 기대작이다.

 

이준영은 학교 내 안하무인 절대권력자 한수강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온갖 만행을 저지르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현실 분노를 유발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준영은 인터뷰에 앞서 “죄송하다”라는 말로 궁금증을 높인다. 그는 “가해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것도 편집이 된 거다”라며 “한수강이라는 인물이 괴롭히는 행동 자체를 재밌어하고 즐기는 인물이다. 좋아하는 일을 일상에서 자주 하는 것처럼 한수강은 괴롭히는 행동을 계속 하는 거다. 보시면서 힘드셨을 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관객보다 힘들었을 사람은 연기자다. 한수강은 또래 집단은 물론이고 담임과 교장, 세상의 모든 어른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안하무인 그 자체.

 

영화는 한수강이 왜 이런 악인이 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하거나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천하의 나쁜놈’ 그 자체다. 교장에게 한 박자 느린 ‘-요’체로 애매한 존댓말을 쓰는 건 이준영이 직접낸 아이디어이기도.

 

이준영은 “한수강이 친구들을 괴롭히는 행위를 놀이로 접근했다. 그러다보니 연기를 할 때 심적으로 힘들더라”며 배우 손숙을 언급했다. 손숙은 학교 폭력 피해자의 할머니이자 한수강 패거리가 괴롭힌 ‘김밥 할머니’ 역으로 등장한다.

 

그는 “손숙 선생님이 어느 날 ‘아유, 니가 고생이 많다. 힘들지’라고 말해주셨다.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그 말씀을 들은 후 ‘죄송합니다’ 하고 선생님을 안고 있었다. 선생님 눈을 보면 울 거 같더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촬영장 구석에 가서 울었다. 그때 실제로 친할머니가 편찮으실 때라 김밥 할머니를 괴롭히는 장면을 찍고 힘들었었다. 촬영 시작 전부터 진정이 안되더라. 선생님이 격려를 많이 해주신 덕에 마칠 수 있던 장면”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회사 식구들, 감독님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감독님은 감정적으로 힘든 촬영이 끝나면 안아주셨다. 사랑한다 해주시고. 되게 따뜻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용감한 시민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영의 눈은 매섭지만 선하기도, 멍하게도 느껴진다. 이렇게 좋은 눈을 가진 배우와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캐스팅을 했다. 이준영의 악역은 폼이 미친 것 같다”라고 배우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나타냈다.

 

한수강은 섬뜩한 눈빛과 말투, 불쾌함을 부르는 잔인한 웃음이 시그니처다. 이준영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던 촬영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이 친구가 이래서 나빠질 수 밖에 없구나’라는 연민을 1초도 하게 만들지 말자고 했다. 그냥 이유 없이 나쁜놈이어야 했다”면서 “악의 강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좀 잔잔하다 싶으면 감독님이 ‘더 악마처럼’이라고 사인을 주셨다. 나중에는 ‘10원만큼, 100원 만큼’이라는 서로의 사인이 생겨서 화면에 비치는 악랄함을 조절했다”고 설명한다.

 

혀를 낼름 거리는 한수강의 모습은 이준영의 아이디어. 그는 “감독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최대한 악마처럼 어떻게 표현 할래?’라고 물으셔서 ‘습관을 만들어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면서 “성경을 보면 사탄이나 악마를 뱀으로 표현하잖나. 한수강이 친구들을 괴롭힐 때 혀를 낼름 거리면 어떨까 싶더라”며 열정을 나타냈다.

 

넷플릭스 ‘D.P’와 ‘마스크걸’에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준영은 이번에도 지금껏 본 적 없는 소름 돋는 빌런 캐릭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관 개봉은 이번이 처음.

 

그는 “개봉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낯설다. 기대만 했던 일인데 후련하다. 열심히 치열하게 잘 살았단 생각도 들었다”며 “주변에 도움준 분들이 많아서 운 좋게 여기까지 왔다. 더 잘해야겠단 생각을 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명실상부 ‘대세’다. 내년에는 ‘황야’, ‘로얄로더’, ‘폭싹 속았수다’,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까지 무려 4편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다. 

 

“저와 저희 회사 식구들이 모험가 기질이 있어요. ‘같이 배탈래?’ 이런 느낌이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응이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말이에요. 배우가 대중을 속일 수 있으면 캐릭터적으로 칭찬을 받은 것이니까요. 앞으로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작품에서 계속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속여보겠습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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