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마약 스캔들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의 추문에 K-컬쳐 위상이 흔들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와 가수가 ‘강남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에 연루되며 외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선균이 미국 배우 조합상을 받은 배우 중 한 명”이라며 영화 ‘탈출’, ‘행복의 나라’ 개봉이 잠정 보류됐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마약 투약 혐의가 이선균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제목으로 이선균의 마약 혐의를 집중 보도했다. 포브스는 “마약 투약에 대한 한국의 보수적인 태도를 고려할 때 ‘혐의’만으로도 이선균의 경력은 무너질 수 있다”며 경고했다.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투약 혐의는 일본과 중국의 매체와 SNS에 공유되며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선균은 2020년 출연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더불어 ‘백인들의 잔치’로 불리던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드래곤은 명실상부 한류의 선봉장에 선 빅뱅의 리더로 ‘월드 스타’로 불린다.
K-컬쳐는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불리며 남다른 기세로 세계를 호령했다. 할리우드 진출과 협업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의 드라마화까지 추진되는 상황.
K-컬쳐는 세계시장의 중심에 섰다. 내실을 다지고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할 때다.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가 늘고 자연히 배우와 가수가 가져가는 몫도 커졌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연인 이선균은 올해 초 종영한 SBS ‘법쩐’(16부작) 1회 출연료로 2억 원을 받았다.
출연료와 광고료에는 자기관리 등의 비용이 포함됐다. 연예인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아야 작품 및 광고 공개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이다. 수십,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달린다. 그래서 톱스타의 마약 스캔들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 이선균과 지드래곤은 변호인과 함께 출구 전략을 짜고 있다.
이선균은 28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번 소환은 지난 23일 형사 입건된 지 닷새 만이다.
정장 차림을 하고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이선균은 참담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중과 가족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거듭 허리를 숙여 사과한 그이지만 “마약 투약 혐의 인정하는가”, “유흥업소 실장한테 어떤 협박 받았는가”, “조사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소명할 계획인가”, “경찰 조사 소환된 현재 심경은 어떤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답만 내놓았다.
그러나 조사는 한 시간 만에 끝났다. 경찰은 당초 계획했던 피의자 신문에 이선균이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선균 측 변호인은 “추가 조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때 다 받을 것”이라며 “애초에 소변과 모발 채취를 위한 조사로 조율된 일정이라 검사에 전부 응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변 채취로 이뤄진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간이시약검사는 5~10일 안에 마약을 했을 경우 반응이 나온다. 그 기간 이전에 마약을 투약했을 경우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경찰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 이선균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미 확보한 증거물 등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와 그 종류, 횟수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국과수 결과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이번 마약 스캔들의 여파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29일 법무법인 혜명의 박성배 변호사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경찰이 지난달 해당 유흥업소에서 ‘20대 여실장 A씨가 VIP들과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제보받고 A씨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을 해서 이선균과 지드래곤의 투약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 사건”이라며 “아마 경찰은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A씨 외에도 유흥업소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상당 부분 이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 마약 수사의 경우, 마약 혐의가 포착된 사람을 중심으로 마약을 제공한 사람, 마약을 공동 흡입한 사람, 마약을 유통 받은 사람 등 수사를 뻗어가게 된다”면서 “마약 사건에서는 수사 협조가 감형 사유다. 앞으로 수사 확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한다.
경찰 발표 후 지드래곤은 변호인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우선 저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경찰 발표에 맞대응을 했다.
또한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내사만 받다가 피의자로 전환된 이선균과는 달리 지드래곤은 경찰이 곧바로 형사 입건했고 출국금지까지 한 만큼 며칠 내로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마약류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투약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본지에 “보강수사 후 지드래곤을 소환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알렸다.
관건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A씨의 역할이다.
이선균과 지드래곤 모두 A씨의 진술을 통해 혐의가 드러났고, 이선균의 경우 A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3억5000만 원을 건네기까지 했기 때문.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투약했는지 마약 범죄의 세 가지 요건을 알 거나 이 부분을 협박했기에 금전이 오간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찰 소환 조사는 마약류 투약 여부와 종류·횟수 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경찰이 어디까지 수사를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과수 결과가 나온 후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지드래곤 전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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