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승’ V리그 감독 최다승 역사… “깨지지 않고 ‘신영철’ 하나로만 갔으면”

V리그 감독 최다승 기록을 써낸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더 나은 배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빚어낸 금자탑이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를 이끄는 신영철 감독이 V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25일 홈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 승리를 거둬 감독 통산 277승째(214패)를 신고했다.

 

전설의 삼성화재 왕조를 빚어낸 신치용 감독(276승74패)을 넘어선 뜻깊은 기록이다. 2004년 LG화재 지휘봉을 잡아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딘 신영철 감독은 19년, 17번째 시즌 동안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 최다승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LG화재-LIG 손해보험 시절 39승,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시절 각 66승을 챙겼다. 그리고 2018년부터 이끈 우리카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많은 승리를 만드는 중이다. 지난 5년간 106승(72패)을 수확했다.

 

277번째 승리는 특별했다.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에 ‘패패승승승’ 짜릿한 역스윕을 수놓았다. 남자부 역대 최장 165분 혈투 끝에 개막 연승 숫자도 ‘4’까지 늘어났다. 독보적 선두 질주는 당연한 결과다. 경사에 경사를 더했다.

 

신 감독은 경기 전만 해도 기억에 남는 승리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선수 때도 그랬지만 원래 지난 건 잘 기억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늘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을 정도의 기쁜 승리였다.

 

“최다승은 선수들 덕이다. 결과 속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기에 무덤덤하려 한다. 어떻게 더 나은 배구를 할지가 더 중요하다”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승리가 선물한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신영철 감독이 경기 도중 선수단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그는 “막상 최다승 성공하니 기분은 좋다. 개인으로서는 참 영광이다”며 웃었다. 이어 “이걸 계기로 앞으로 기록이 깨지지 않게끔 해야한다. ‘신영철’ 하나로만 갔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는 솔직한 마음도 털어놨다.

 

스스로가 평가하는 ‘감독 신영철’은 어떨까. 그는 “신뢰가 첫째 장점이다. 선수들하고 한 약속을 잘 지킨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코치 밑바닥부터 여기까지 오다보니 선수를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다. 소통을 통해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고 선수가 맞게 따라만 와준다면, 기본기부터 만들어내는 건 어느 지도자보다 자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은 과제는 숙원사업 ‘우승’ 뿐이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만 3번이다. 우리카드에서도 2019∼2020시즌(1위·코로나19로 인한 조기종료) 제외 매번 봄 배구에 나섰지만 정상에 닿지 못했다.

 

달려갈 일만 남았다. “이 정도로 잘할지는 예상 못했다. 선수들이 각자 파트에서 잘해줘서 이렇게 됐다”는 그는 “시즌 앞두고 농담 삼아 타 팀 감독들에게 ‘대한항공 빼고 나머지 팀이 그들만의 리그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물론 구단에는 ‘공은 둥글고 배구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잘 준비하겠다’는 말만 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마지막까지도 “여전히 공은 둥글다.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무너진다. 오늘 1세트가 그러지 않았나. 그런 게 나오지 않도록 하나하나 준비 잘하겠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277승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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