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3연승… 우승 꿈꾸는 ‘봄배구 단골’ 우리카드, 출발이 좋다

우리카드 선수단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더할 나위 없는 첫걸음이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는 지난 15일 삼성화재와의 홈 개막전을 시작으로 21일 KB손해보험전까지 3연승을 내달리며 승점 9점을 챙겼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면 의미는 크지 않지만,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어느 때보다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사실상 새 팀이 돼 맞이한 시즌이다.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 나경복이 KB손해보험으로 떠났다. 최초 잔류를 택했던 세터 황승빈, 날개를 지키던 송희채도 각각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으로 트레이드됐다. 

 

새 얼굴이 대거 합류했다. 나경복의 보상선수로 박진우가 선택받았다. 황승빈과 송희채의 반대급부로는 한성정과 송명근이 낙점됐다. 외국인 선수도 리버맨 아가메즈에서 마테이 콕으로 바뀌었고, 아시아쿼터로는 오타케 잇세이가 새로이 합류했다. 팀을 완전히 갈아엎은 변화였다.

 

과감한 결단이 통하고 있다. 9개의 세트를 얻는 동안 단 1세트만 잃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한국에 첫발을 들인 마테이는 3경기 10세트서 73득점, 공격성공률 55.83%를 보여주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전력과의 트레이드로 합류했던 김지한이 30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살림꾼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중앙에서 호흡을 맞추는 ‘신입생 듀오’ 박진우-잇세이가 준수한 활약을 펼친다. 특히 잇세이는 본 포지션(아포짓 스파이커)을 버리고 변화를 감행했음에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간다. 한성정도 날개에서 높이를 더해주며 블로킹에서 장점을 발휘하는 중이다. 2022~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 지명을 받은 젊은 세터, 한태준이 모두를 아우르며 ‘컴퓨터 세터’ 신영철 감독의 미소를 끌어낸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선수단의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신 감독이 팀을 맡은 2018~2019시즌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개막 3연승은 직전 5시즌 간 한 번도 없었다. 아울러 사령탑은 쾌승과 함께 ‘역대 V리그 감독 최다승 타이’라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통산 276승째(214패)를 찍어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276승 74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옛 스승을 넘을 단독 1위도 머지않았다.

 

신 감독은 우리카드를 맡은 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조기종료된 2019~2020시즌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봄 배구를 이끌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없었다. 2020~2021시즌 대한항공에 막혔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를 벼른다.

 

본격적인 시험대에서의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25일 ‘3시즌 연속 통합 챔피언’ 대한항공과 맞붙는다. 이후에는 한국전력과 OK금융그룹과의 대결로 1라운드를 종료한다. OK금융그룹도 오기노 마사지 신임 감독과 함께 지난 컵 대회 우승 등으로 경쟁력을 증명한 팀이다. 이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우리카드가 웃는다면, 대권 도전은 현실적인 목표로 거듭날 수 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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