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느린 교체' NC 태너, 아쉬운 성적표로 PS 첫 등판 마무리

NC 태너가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맡겨진 중책에 어울리지 않는 피칭이었다.

 

NC의 좌완 선발 태너 털리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5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위 NC는 승부를 조기에 결정짓고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기 위해 태너를 선택했다. 정규시즌 막판 3위 다툼을 위해 ‘에이스’ 에릭 페디 카드를 소진해버린 NC 강인권 감독의 차선책이었다. 태너는 시즌 도중 테일러 와이드너의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11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2.92(64⅔이닝 21자책점)로 준수한 활약을 더했다. 두산 상대 한 차례 등판해 6이닝 3실점(1자책)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선보인 좋은 기억도 있다.

 

이날은 달랐다. 두산이 초반부터 변화구를 적극 공략하는 노림수를 꺼내들자 흔들렸다. 1∼3회 매 이닝 실점이 나왔다. 1회초에는 1사 2,3루서 양의지의 땅볼에, 2회초에는 강승호-김인태(2루타)의 연속 안타에 추가 1점을 내줬다. 3회초에는 호세 로하스에게 120m 우월 솔로포까지 맞으며 난항을 거듭했다.

 

다만 4회초가 기점이 됐다. 선두타자 허경민의 안타성 타구를 김주원이 건져 완벽한 송구로 아웃을 잡는 호수비를 수놓았다. 2사 1루에서는 ‘도루왕’ 정수빈을 저격하는 포수 김형준의 도루저지가 태너를 도왔다.

 

끝이 아니었다. 4회말 서호철의 역전 그랜드슬램과 김형준의 백투백 솔로포가 터지면서 점수가 단숨에 5-3으로 뒤집히는 기적이 태너를 뒷받침했다.

 

기세를 이어주지 못했다. 5회초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볼넷, 대타 김재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에 처했다. 극적인 역전 이후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완벽한 악수였다. 

 

벤치가 뒤늦게 움직였다. 태너가 이재학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임무를 마쳤지만, 이재학은 그의 책임주자 둘이 홈을 밟는 걸 막지 못하고 두산에 동점을 내줬다. 교체 타이밍 미스였다. 여러모로 그의 첫 가을 등판이 얼룩졌다.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0.1㎞에 그치는 태너는 구위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형이 아니다. 존을 찌르는 제구력과 변화구 무브먼트로 승부를 봐야 한다. 특히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잘 먹히는 게 호투의 필수조건이다.

 

경기의 무게감 때문에 힘이 붙은듯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까지 찍혔지만, 변화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로하스에게 맞은 홈런을 비롯해 많은 피안타가 그의 슬라이더서 비롯됐다. 제구 난조도 패인이었다. 태너는 그렇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아쉬운 성적표로 등판을 마쳤다.

 

창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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