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휴일이 없던 오래전 어느 해였던가. 10월 1,3,5,7,9가 공휴일이었던 해가 있었습니다. 1일은 국군의날로 그 당시 휴일이었구요, 공교롭게 5일과 7일이 하루는 추석, 또 하루는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연휴는 아니지만 하루 건너 학교를 안 가니 재밌다고 친구들과 얘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10월은 늘 빨간 날짜가 많다보니 여유와 걱정을 함께 가지고 있는 달이죠. 그래서 문득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은 왜 그날로 정해진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일단 기원전 2333년에 하늘이 열린 날의 기록이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개천절의 기원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분분한 가운데, 그 날짜는 마치 서양의 추수감사절처럼 전통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제사를 지내오던 음력 10월 3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시작한 해를 모르니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1949년에 법률로 양력 10월 3일을 정한 것이라는군요.
그에 비해 한글이 만들어진 조선시대에 대한 기록은 있었습니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발간 일자가 1446년 9월 상순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근간으로 상순의 마지막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계산해서 10월 9일이 한글날로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덕분에 지난 월요일까지 잘 쉬었다는 분들 많았습니다. 하지만 쉬는 것보다도 그 날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필요한 날 아닐까요.
어느 라디오 사연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청룡열차’ 타러 가자고 했다가 아들이 이해를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들은 ‘롤러코스터’를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론 청룡열차도 예전에 사용하던 한 상품명이긴 합니다만, 우리말도 세계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외국어를 필요이상으로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야구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모든 용어가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영어로 바뀌는 것도 가끔 어색한데, 일반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플러트(flirt-유혹하다), 플렉스(flex-자랑하다), 베네핏(benefit-혜택)등의 말을 들으면 ‘저런 말까지 영어로?’ 하다가, 혹시나 우리 아이들은 저런 상황을 표현하는 우리말을 잊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얼마전 강남의 한 빌딩에서 외국어만 가득한 안내창을 보고 갈 곳을 못 찾았다는 기사가 있던데. 남 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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