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결산⑤] 구기 종목의 단체 부진…야구·축구는 자존심 지켰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차지한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희비가 엇갈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는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나섰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야구와 축구는 아시아 최강을 확인했지만, 농구와 배구는 수모를 겪었다.

 

◆ 지켜낸 자존심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은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2014년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로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거침없이 내달렸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끝냈고 토너먼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이번 대회 7경기에서 25득점 3실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마무리했다.

 

 정우영은 8골을 터뜨리며 아시안게임 득점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득점왕에 오른 것은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에 이어 네 번째다. 대회 전 불안한 시선을 딛고 완벽한 원 팀을 이뤄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도 아시안게임 4연패에 성공했다. 금메달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대만과 조별리그에서 0-4로 완패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 중국을 연이어 물리쳤다. 결승에서 대만과 다시 만나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체 연령 제한을 설정해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다.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결승전 선발투수 나선 문동주는 완벽한 피칭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향후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빈손으로 돌아왔다

 

 겨울 스포츠로 인기를 양분하던 농구와 배구는 아쉬움을 삼켰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빈손으로 돌아갔다. 또한 7위로 대회를 마감하며 아시안게임 역대 최저 성적을 냈다. 여자농구는 동메달을 거머쥐며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4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으나 위기를 실감했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농구 대표팀 하윤기가 레이업하고 있다. 뉴시스 

 배구도 체면을 구겼다. 남자배구는 아시안게임 개회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탈락이 확정돼 충격이 컸다. 1966년 방콕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던 남자배구는 무려 61년 만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김연경이 떠난 여자배구도 마찬가지. 조별리그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은 베트남에 발목 잡혔다. 8강 라운드 첫 경기에서 중국에 패배하며 메달 경쟁에서 밀려났다. 여자배구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남녀 대표팀 사령탑 모두 결별하며 쇄신을 다짐했다.

 

배구 대표팀 임도헌 감독과 선수들이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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