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격투게임 金 김관우 "오락실에서 맞아도 의지와 승부욕으로"

"오락실에서 옆구리를 맞아도 기술 콤보를 넣는데 손을 놓지 않았던 의지와 승부욕으로 지금까지 왔다."

 

한국 e스포츠 최고령 국가대표 김관우(44)가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김관우는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5 결승전(7전4승제)에서 대만의 샹위린(44)에게 극적인 4-3(2-1 0-2 1-2 2-0 2-1 0-2 2-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서 나온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다.

 

1979년생이다. 20대가 주축인 e스포츠 국가대표 내에서 적잖은 나이다.

 

게임 비용이 50원일 때부터 제 집 드나들 듯 오락실을 즐겼다. 당시 오락실은 유해 장소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오락실에 갔다가 들통 나면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혼이 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틱을 놓지 않았고,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게임의 위상 속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관우는 29일 오전 항저우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트리트파이터5가)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했을 때, 도전적으로 참가했다. 최선을 다해 선발전에서 우승해 국가대표가 됐을 때도 체감이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오기 전에 함께 힘들게 훈련했다. 정말 오래 했던 게임임에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아시안게임에서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고 했다.

 

PC를 기반으로 한 e스포츠가 주를 이룬 요즘 1987년 출시된 '스트리트파이터'는 격투 게임의 고전 격이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40~50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선풍적인 인기였다.

 

당시에는 격투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을 지적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김관우도 부모님에게 혼이 나면서도 게임에 열중한 경우다.

 

당시 김관우를 나무랐던 이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관우는 "그때 혼내셨던 분 중 지금은 어머니 밖에는 없다. 어머니는 이런 걸 아직 잘 모르신다. 찾아보기 힘드신 연세다. 다른 분이 연락을 주셨다. 어머니 아시는 분이 '거기 아들 금메달 땄다'고 연락을 주신 것 같다. 어머니께서 치기 어려운데 카카오톡을 쳐서 문자를 보내주셨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요즘 e스포츠하면 보통 떠올리는 게 PC게임일 것이다. 스트리트파이터는 오락실에서 하던 게임이다. 가면 항상 혼나던 게임"이라고 회상했다.

 

격투 게임의 경우, 동전을 순서대로 두고, 이기는 사람이 계속 상대를 바꿔가며 하는 방식이 당시 '오락실 룰'이었다. 이기는 사람은 계속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지면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추가로 동전을 넣어야 했다.

 

김관우는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편이었다.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잘하면 항상 근처 형들에게 끌려가서 혼났다. 게임을 잘했던 분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며 "동네에서 맞아보지 않았다면 실력을 의심할 수 있다. 옆구리를 맞아도 기술 콤보를 넣는 데 손을 놓지 않았던 의지와 승부욕으로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옆자리에 동석한 펜싱의 구본길은 "솔직히 저도 격투게임을 잘한다. 철권을 잘한다. 철권을 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게임을 한다. 대단한 건 집중력이 중요하다. e스포츠든 스포츠든 다 같은 것 같다"며 김관우에게 "정말 축하드립니다"라고 했다.

 

김관우는 "감사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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