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Star] "믿었어요"…박우혁의 발차기, 마의 체급은 없다

사진=뉴시스

“금메달, 믿었습니다.”

 

태권도 박우혁(23·삼성에스원)이 포효했다. 27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 80㎏급 결승에서 요르단의 살레 엘샤라바티를 상대로 2-0(8-5 6-5) 승리를 거뒀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박우혁은 코치진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감격했다. 엉덩이를 흔들며 ‘짱구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상대 선수와 ‘브이(V)’ 포즈를 취하는 등 우승의 기쁨 또한 맘껏 즐겼다. 박우혁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면서 “우승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자신감을 갖고 임했기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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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혁의 등장, 약점 지웠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올림픽서 역대 최다인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유독 80㎏급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선수를 내보내지조차 못했다. 초반 4개 대회에선 한 국가에서 남녀 2체급씩만 출전해야한다는 조항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80㎏급을 패스했다. 하지만 제한이 풀린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랭킹 5위 안에 드는 선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진한 갈증 속에서 박우혁이 등장했다.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일곱 살 때 체육관 관장의 권유로 도복을 입었다. 직업군인(공군)이었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잠재력을 숨기지 못했다. 당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만 시키려 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바꿨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학창시절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201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선수로는 23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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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AG, 희망을 노래하다

 

처음 밟은 AG 무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다. 박우혁의 머릿속은 온통 태권도 생각뿐이다. 수시로 경기 영상을 보며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일각에선 키에 비해 다리가 짧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특유의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단점을 메웠다. 이날도 마찬가지. 경기 초반부터 몸통 공격 두 번을 적중하며 5-0으로 앞섰다. 2라운드에선 4-5 역전을 허용했지만 파상공세를 이어가며 기어이 승리를 따냈다.

 

한국 태권도가 웃는다. AG의 경우 2010 광저우 대회부터 80㎏급 종목이 치러졌다. 3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은 은메달 1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2018년 이화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박우혁이 희망을 쐈다. 앞서 혼성 단체전 멤버로 나섰던 박우혁은 당시 중국에 져 은메달에 그쳤지만 개인전서 아쉬움을 씻었다. 이로써 한국 태권도는 대회 나흘 연속 금메달 행진에 성공했다. 내년 파리하계올림픽을 향한 전망을 밝힌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우혁은 “한국은 선수층이 두껍다. 누가 뽑히더라도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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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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