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1때 유도 선수로 입문한 ‘늦깎이’ 김하윤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유도 역사를 다시 썼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78㎏ 이상급 금메달은 물론 대회 노골드 위기에 몰린 한국 유도에 유일한 개인전 금메달을 안겼다.
김하윤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여자 78㎏ 이상급 결승전에서 쉬스옌(중국)을 밭다리 후리기 절반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유도 첫 금메달이다.
◆노골드 위기에서 벗어나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안창림, 조구함 등 기존 간판 스타들이 은퇴했다. 안바울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얼굴이다. 패기와 열정, 실력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경험부족이 변수로 떠올랐고, 결과적으로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남자 81㎏ 이하급 이준환과 남자 60㎏ 이하급 이하림은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으나 마지막 승부처에서 고배를 마시며 은메달을 땄다. 남자 66㎏ 이하급 안바울도 4강전서 다소 석연찮은 심판 판정에 고개를 숙이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52㎏ 이하급 정예린, 여자 57㎏ 이하급 박은송, 여자 68㎏ 이하급 김지정, 여자 78㎏ 이하급 윤현지, 남자 100㎏ 초과급 김민종도 동메달이었다.
유일한 희망은 김하윤이었고, 그 기대에 부응했다. 78㎏ 이상의 체급이지만 스피드가 빠른 김하윤은 결승전 시작부터 상대 쉬스옌을 압도했다. 업어치기로 선제 공격에 나선 김하윤은 결국 경기 시작 43초만에 특기인 안다리 걸기로 절반을 얻었다. 이후 물러서기 보다는 전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로 쉬시옌을 공략했고, 결국 끝까지 점수를 지키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김하윤은 쉬스옌과 대회 앞서 두 차례 국제대회경기에서 모두 진 경험이 있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김하윤은 “내심 쉬스옌과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다. 자신이 있었다. 졌을 때도 되치기를 당했기 때문”이라며 “분석한 대로 경기에 임하면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 믿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유도는 26일 일정을 끝으로 개인전을 마무리 지었고, 27일 금메달 1개가 걸린 혼성단체전만 남겨두고 있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김하윤의 금메달 1개를 포함해 은 2개, 동 6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 유도에 사상 처음으로 78㎏ 이상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유도는 1986년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1994년 대회까지 72㎏ 이상급으로 체급이 나다. 이후 78㎏ 이상급으로 조정했는데, 2018년 대회 김민정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늦깎이 노력 천재가 바꾼 유도 역사
김하윤은 중3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유도를 처음 접했다. 매력에 푹 빠진 김하윤은 부산 삼정고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늦게 시작한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김하윤을 지도한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노력형이다. 여기에 최중량급 선수임에도 순발력과 판단능력, 몸놀림이 빠르다”며 “한국 여자 최중량급에서 오랜만에 대형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하윤은 고교무대를 바로 평정했다. 고교시절 3년 내내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승승장구하던 김하윤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슬럼프를 겪으며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놓쳤다. 하지만 이후 국제대회마다 메달을 거머쥐었고,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르며 이번 대회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대회를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하며 위기를 겪었다. 안다리 걸기가 주특기인 김하윤에겐 치명적인 부상이었지만, 극한 통증을 이겨내며 훈련을 거듭했고 결국 새역사를 썼다.
김하윤은 “거는 다리를 다쳐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걱정하긴 했지만, 경기할 때는 통증이 사라지더라"라고 웃으며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에 가서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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