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잠시 멈춰있던 ‘여제’ 박지수(25·KB)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부진한 여자농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을 졌다.
◆ 최고의 모습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농구선수였던 아버지와 청소년 배구 대표 출신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일찌감치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국제농구연맹(FIBA) 18세 이하(U-18)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고등학생 때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경험을 쌓았다.
분당경영고를 졸업하고 2017년 프로에 입성한 이후 늘 최고였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 신인선수상을 시작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소속팀 KB는 박지수 입단 후 통합 우승을 두 차례 달성했다. 박지수는 2년 연속 7관왕에 오르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8년에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지난해 7월 공황장애를 겪으며 휴식기를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에 돌아왔지만 손가락 부상까지 겹치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6월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했다. 컨디션을 점점 끌어 올렸고 2023 WKBL 박신자컵에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컨디션 난조가 한 번씩 찾아올 때도 있으나 기량은 여전했다.
박지수는 “저랑 연습하는 동료들도 ‘힘이 많이 붙었다’고 해줬다. 인바디 체크를 해봐도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20살 때 몸이 가장 좋았는데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 위기의 한국 여자농구
한국 여자농구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경쟁력이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전주원 감독이 이끌었는데 3패를 기록했으나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박수를 받았다.
이후 정선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 여름까진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9월 열린 FIBA 여자농구 월드컵에선 2010년 체코 대회 이후 12년 만에 본선 승리를 기록해 출전국 12개 팀 중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올해는 침체가 이어졌다. 최근 막을 내린 FIBA 아시아컵에서 최종 5위에 그쳤다. 박지수가 돌아왔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65년 대회 창설 이후 한국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최초였다. 한국은 4위까지 주어지는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 티켓을 놓쳤다.
박지수는 “책임감은 당연히 있다. 아쉽고 자존심도 상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겠다고 선수들끼리도 많이 얘기하고 있다. 이번엔 진짜 잘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연습 때도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 목표는 금메달
박지수는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로숙영은 조별예선부터 적으로 만난다. 한국은 북한을 비롯해 태국, 대만과 C조에 묶였다.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대진을 잡기 위해선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라이벌들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홈 이점을 등에 업은 중국은 박지수의 라이벌로 불리는 한쉬가 출전을 예고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만큼 정예 멤버를 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평가를 받는 일본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꾸렸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들이다.
아시아 최고 센터였던 박지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국제무대를 호령했던 지배력을 되찾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박지수는 “저는 원래 중국에도 자신이 있었다. 대표팀에서 일본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중국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시안게임이 중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겨냥한다. 중심에는 박지수가 있다. 그는 “저는 무조건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컵 때는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다들 좋아진 상태다. 연습경기 때도 확실히 다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방심하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금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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