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마법사의 손목 스냅, ‘테니스엘보’ 부른다

‘해덕(해리포터 덕후)’들의 가슴을 뛰게 할 영화의 개봉 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의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가 14년 만에 재개봉한 것이다.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총 8편의 시리즈 중 6번째 개봉작으로,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덤블도어(마이클 갬본)는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음모에 맞서 싸우며 그들의 수장인 볼드모트(랄프 파인즈)의 약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가 ‘호크룩스’라는 금단의 마법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7개의 물건에 나눠 담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해리와 덤블도어는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고자 볼드모트의 과거를 추적한다.

 

이번 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단연 크리스탈 동굴 장면일 것이다. 호크룩스 중 하나인 ‘슬리데린의 로켓’을 찾기 위해 동굴에 간 해리와 덤블도어는 호크룩스를 찾기 위해선 호수 중앙에 있는 검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임페리어스(흑마법으로 부활한 시체)들이 해리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지만 다행히 덤블도어가 동굴을 꽉 채울만한 거대한 화염 마법으로 해리를 구한다.

 

마법 지팡이를 쥔 한 손으로 거센 불길을 조종하는 덤블도어의 모습은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교장답게 가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온 힘을 다해 지팡이를 한 손으로 돌리며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연로한 나이에 강력한 마법의 부담을 견디는 듯한 그의 팔 관절이 걱정될 정도였다.

 

사실 덤블도어뿐만 아니라 극 중의 마법사들은 팔을 채찍처럼 빠르게 휘두름과 동시에 손목 스냅을 강하게 주며 마법을 시전한다. 마치 테니스, 탁구 등의 운동을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동작의 반복은 팔꿈치에 큰 부담을 안겨주기 쉽다.

 

대표적으로 ‘테니스엘보’라고 불리는 ‘외측상과염’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외측상과염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가정주부 등 팔꿈치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팔꿈치 힘줄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팔꿈치 바깥쪽 돌출 부위 힘줄에 염증과 파열이 발생해 찌릿찌릿한 통증과 저림 현상으로 이어진다. 평소 물건을 잡거나 들어 올리는 등 일상에서 팔을 사용할 때나 손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외측상과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팔꿈치 관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특정 부위에 가중되는 부담을 완화하고 운동 기능을 회복시켜 외측상과염의 증상을 개선한다. 이어 곡지(曲池), 수삼리(手三里) 등의 혈자리를 활용한 침치료로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은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과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탁월하다.

 

외측상과염을 예방하거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팔꿈치를 과하게 사용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틈틈이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으며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현명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팔꿈치 관절에 통증이 있는 중장년의 마법사라면 위급한 상황이 아닐 경우 큰 마법 사용을 지양하며 최대한 가벼운 마법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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