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건설사, 줄도산 현실화…정부 대책에 쏠리는 눈

대구 도심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부터 늘고 있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에 중견·중소 건설사가 신음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iaan)’을 소유한 대우산업개발이 회생절차에 돌입했으며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다수의 중견·중소 건설사들도 도산 위기에 긴장하고 있다.

 

 자금줄이 막힌 건설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정부가 추석 전 부동산 PF 대출 지원 등 금융지원책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침체된 건설시장 반전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건설 경기 침체 현상과는 별개로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역세권과 반세권(반도체 산업권) 호재가 예상되는 경기도 동탄에서는 최근 집값 하락세를 뒤집고 20억원(전용면적 102㎡)에 거래되는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추석 전 부동산 대책 발표를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책은 요동치는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화와 내년에 예견되는 공급부족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지방 미분양 해결을 위한 적절한 수요 진작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섣부른 수요진작 대책은 투기 심리를 자극해 또 다른 부동산 투기 광풍을 불러올 수 있어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75위를 기록한 대우산업개발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일 대우산업개발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산업개발 자산은 2930억원, 부채는 2308억원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금 약 4300억원으로 인해 폐업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중견·중소 건설업계의 위기는 올해 초부터 곳곳에서 감지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9곳의 건설사가 부도났다. 줄도산 공포는 지방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문건설업체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작년 우석건설(202위), 동원건설산업(38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았고 올해에는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이 회생절차를 밟았다. 이제 100위권 안쪽 기업까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폐업도 증가 추세다. 지난 7월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총 3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0건)보다 80% 증가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공사 경영 위기 현실화로 인한 시장충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다수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공사비가 예정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금융기관들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며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기한 도과에 따른 PF채무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다수 중소건설사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추석 전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 PF 자금 지원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PF는 전반적으로 총량을 확보할 것”이라며 “힘들다면 서로 공급 주체들끼리 손바꿈이 되도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하는 방안 등 시장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수요를 자극하지 않고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골자인 만큼 PF 지원 등 건설사의 자금 흐름을 개선해 공급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안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수요 진작 대책은 들썩이는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분양‘과 관련해서는 세제 혜택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수반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학과 교수는 “연말 금리가 추가 인상

되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게 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율이 오르면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더 조이고,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평년에 비해 인허가와 착공건수가 크게 급감한 상황에서 중단기 공급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체감보다는 수요자에게 정부가 이 정도 공급은 적극적으로 할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지금 분위기에서는 섣부른 수요 진작 대책은 위험할 수 있다. 정부가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되면 2030 영끌족 양산 및 폭탄 돌리기 현상이 또 촉발될 수 있다”며 “다만 미분양 해결을 위한 특별 대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미분양 물량 증가로 지방 건설사들이 공급을 못늘리는 영향도 있다. 지방 미분양 물량 매수시 양도세 면제, 취득세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사 역시도 분양가 인하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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