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항저우의 ★ D-3] 특명을 안고…항저우에 ‘슈퍼 Moon’이 뜬다

사진=뉴시스

 

“기대에 걸맞은 피칭을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슈퍼루키’ 문동주(20·한화)가 또 한 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생애 첫 성인 태극마크를 달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번 대표팀은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단기전에서 핵심은 마운드 높이. 문동주는 핵심 카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임무가 막중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한국야구의 부진을 지우고 대회 4연패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야구 하나만 바라보며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야구를 좋아했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야구하며 놀았다. 타고난 스포츠 DNA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흠 장흥군청 육상부 감독의 아들이다. 주말이면 나가 아버지와 캐치볼을 했다. 조금씩 프로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다 화정초등학교 유종열 감독을 만나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야구가 하고 싶다는 문동주에게 주저 없이 유니폼을 건넸다. 시작은 내야수, 그중에서도 3루수였다.
 

성장통도 겪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갑자기 수비 불안감이 커졌다. 쉬운 타구들을 번번이 놓쳤다.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진학 후 고민의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진흥고 인스트럭터였던 홍우태 현 울산공고 감독이 투수 전향을 권한 것. 투구 폼이 부드러우면서도 예쁜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마침 키가 폭풍 자라고 있던 시점이었다. 익숙했던 방망이 대신 글러브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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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한 수가 된 변화
 

신의 한 수가 됐다. 마운드에 오른 지 2년 만에 고교 최고 투수가 됐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 강속구다. 아마추어임에도 시속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졌다. 188㎝ 큰 키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은 상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각 구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찌감치 ‘초고교급 최대어’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전국구 1차 지명이 가능했던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계약금만 5억 원에 달했다. 그해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였다.
 

출발부터 당찬 포부를 알렸다. 문동주는 입단 후 등 번호 1번을 달았다. 신인이 1번을 달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야구에서 1번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숫자다. 웬만하면 비어있지 않는 번호이기도 하다. 예고편부터 뜨거웠다. 본격 데뷔도 하기 전이었던 2022년 2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 155㎞ 직구를 꽂았다. 심지어 힘을 100% 쓰지 않은 상황이었다.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특별한 재능”이라고 말했다.

 

◆ 무시무시한 성장세
 

예상은 적중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데뷔시즌(2022시즌)부터 온갖 화제를 몰고 다녔다. 습득력 또한 남달랐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장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서클 체인지업의 경우 배운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실전에서 활용하는 배짱을 선보이기도 했다. 웃는 날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연이어 찾아오는 부상 이슈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내복사근 통증부터 견갑하근 부분파열 및 혈종 등 다양했다. 첫해 13경기 출전에 불과했던 배경이다.
 

꿋꿋하게 이겨냈다. 만 20세 어린 나이지만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재활 과정을 버텼다.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3시즌, 한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4월 12일 광주 KIA전서 1회 말 박찬호를 상대로 160.1㎞(PTS 공식 기록 기준)짜리 직구를 던진 것. 토종 한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장 먼저 160㎞대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변화구가 무르익으며 전체적인 기량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다. 23경기에 나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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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은 항저우로
 

준수한 성적에도 문동주는 조금 일찍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3일 잠실 LG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관리 차원이다. 당초 계획대로 120이닝(118⅔이닝) 정도 채웠다. 투수로서의 경력이 길지 않다는 부분을 고려했다. 투구 자체를 멈춘 것은 아니다. 곧바로 AG 대비에 들어갔다. 한화의 퓨처스(2군) 구장인 서산구장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2군 경기에도 두 차례 출격해 감각을 조절하기도 했다. 대표팀 소집일(23일)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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