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떨어지면 치매 위험 '쑥' … "난청 초기에 보청기 착용"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더 악화
보청기로 인지기능 저하 방지
퇴행한 신경조직 복구 힘들어
초기 관리·인지 재활훈련 필요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보청기는 필요 없다.”

언제부터인가 부모님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뭐라고?’라며 자주 반문하거나, TV 볼륨을 지나치게 높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선우웅상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귀가 어두워진다’며 가볍게 치부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반응은 절대 금물이다. 방치하면 청력손상이 더 심해지는 것은 물론 치매 우려까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난청을 겪고 있다면, 보청기 사용과 청력재활로 증상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4일,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를 만났다. 그는 “귀의 노화현상으로 발생하는 노인성 난청에 노출된 경우 증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선우웅상 교수의 도움말로 노인성 난청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노인성 난청이란 어떤 질환인가.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따른 청각기관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점진적인 청력감소를 통칭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노화다. 귀의 노화는 외이·중이·내이 등 전영역에 걸쳐 이뤄진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소리를 감지, 분석해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내이’의 노화로 나타난다. 현재 귀의 노화로 인해 전체 65~75세 노인 인구의 25% 이상, 75세 이상 노인의 50%가 청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성 난청이 나타난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면서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유형의 보청기가 개발돼 있다. 물론 보청기 착용에 앞서 난청의 유형, 정도를 판별한다. 다만, 노인성 난청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와우나 이식수술 등을 통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노인성 난청, 청력이 약해지는것뿐 아니라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그렇다. 노인성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잘 못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증상 정도에 따라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약 2~5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난청이 10dB 악화되면 치매 위험은 약 1.3배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 위원회는 난청을 예방 가능한 치매 위험 인자의 하나로 규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보청기 청력재활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실제올해 이 학술지에 발표된 미국의 다기관 연구에서 치매 고위험군의 환자에서 보청기와 청력상담을 정기적으로 시행한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더 적었다.”

-약해진 청력, 다시 젊을 때처럼 돌릴 수 있나.

“안타깝게도 노화로 퇴행성 변화가 이뤄진 신경조직은 재생이 힘들다.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빠른 진단을 토대로 청력 보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노인성 난청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심하지 않은 초기부터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노인성 난청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청력 재활이 필요하다. 청력 재활 중 중요한 것은 보청기 착용 후 들리는 소리를 정확히 인지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여러 가지 소리 중 자신이 듣고자 하는 소리에 집중해 듣는 훈련이 여기에 속한다. 다양한 생활 소음 속에서 대화에 집중하며 말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착용자가 최대한 편안하고 정확하게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보청기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키트를 활용해 보청기를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는 게 권고된다.”

-환자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청력 재활 중 심리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타인과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줘야한다. 이 질환으로 귀가 아주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적극적인 재활로 일상과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인과 대화 중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은 편히 다시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주변인들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이야기해서 노인성 난청 환자가 최대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주변의 정서적 지지는 청력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듦에 따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퇴행성 현상이다. 나이가 들어 눈이 안보이면 안경을 착용하듯이 보청기를 착용할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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