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의 패기’ 고프, US오픈 女단식 제패… 테니스계에 뜬 신성

코코 고프가 US오픈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심상치 않은 10대의 등장이다.

 

코코 고프(19·6위·미국)는 9일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6500만달러·약 857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5·2위·벨라루스)를 2-1(2-6 6-3 6-2)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사발렌카의 맹공에 흔들리며 첫 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고프를 도왔다.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몰아치며 분위기를 가져온 고프는 연달아 두 세트를 챙기며 2시간6분 만에 경기를 마쳤다. 언포스드 에러에서 19-46으로 크게 앞선 게 주효했다.

 

2004년생으로 올해 만 19세 시즌을 맞은 그는 젊은 패기를 선보이며 트로피에 도달했다. 역대 US오픈 10번째 10대 우승 선수다. 트레이시 오스틴, 모니카 셀레스가 각각 2번씩 기록을 만들어 횟수로는 12번째다. 이중 미국인 10대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24년 만이다. 미국인 선수 전체로는 2017년 슬론 스티븐스 이후 6년 만의 우승이다.

 

고프는 우상의 뒤를 이은 감격으로 코트에 쓰러져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이 대회에 데려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저기 앉아서 비너스(세리나의 언니)와 세리나의 경기를 봤다”면서 “그 대회에서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프가 우승을 확정 짓고 코트에 쓰러져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세리나를 보고 테니스를 시작한 ‘천재’ 고프는 14세 시절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윔블던에서는 역대 최연소인 만 15세 122일의 나이로 예선을 통과해 16강까지 진출했다. 윌리엄스의 후계자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가 시비옹테크와(1위·프랑스)의 결승에서 무릎 꿇은 것은 아쉬웠지만, 다시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맞았다. 그 결과 이번 US오픈 우승으로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 

 

세계 여자 테니스를 이끌 차세대 후보인 시비옹테크, 사발렌카와 트로이카를 이루게 됐다. 우승 상금 300만달러(약 40억원)를 챙기며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랭킹도 개인 최고 순위인 3위까지 끌어올린다. 이번 결승 진출로 1위에 오를 사발렌카, 시비옹테크와의 향후 패권 싸움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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