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골프, S 다이어리] ⑦ 브라이슨 디섐보의 ‘헐크 드라이버’

브라이슨 디섐보가 티샷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어퍼블로우, 즉 데이터 상 어택앵글을 + 값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향타격이 될 수 있도록 왼쪽 어깨를 올려주고, 머리축을 잡아준 상태에서 스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사진은 기자가 드라이버 스윙을 하고 있다.

“공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의 6번홀(파5)은 큰 호수를 가운데 두고 ‘역 C’ 모양의 왼쪽 도그렉 홀로 유명하다.

 

티 박스와 홀까지의 공식 거리는 555야드(약 507m). 이 거리는 티박스에서 출발해 페어웨이를 따라 홀까지 도달하는 거리다. 만약 큰 호수를 가로질러 티 박스에서 홀까지 직선 거리로 측정하면, 홀컵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약 350야드(약 320m)가 나온다.

 

이 6번홀에서는 대부분의 PGA 투어 프로가 페어웨이 3분의 2 지점으로 티샷을 보내고, 이어 투온 또는 스리온으로 그린을 노린다. 로리 매킬로이는 물론 타이거 우즈 등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고려해 안전하게 그린으로 향하는 전략을 택한다.

브라이슨 디섐보의 스윙 AP/뉴시스

브라이슨 디섐보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이 대회에 나선 디섐보는 대회 1, 2라운드에서는 페어웨이 쪽을 노리며 안전하게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선두 도약을 위해서는 반전의 카드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6번홀 원온이었다.

 

장타자로 알려진 디섐보는 3라운드 6번홀에서 홀컵을 향해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볼은 호수를 가로질러 그린을 향했다. 비거리가 무려 370야드(약 338m). 원온이었다.

2021시즌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의 6번홀(파5) 그래픽. 디섐보가 두 차례 원온을 시도한 바 있다. PGA SNS

이를 계기로 3라운드 2위까지 올라선 디섐보는 4라운드 6번홀에서도 같은 전략을 내세웠다. 비록 원온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날 역시 버거리 377야드를 기록하며 그린 옆 페어웨이 벙커에 공을 떨어트렸다. 버디를 낚은 디섐보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 통산 8승의 기록을 달성했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디섐보의 시그니처 샷, 바로 ‘헐크 드라이버 티샷’이다.

 

▲미보레인지로 측정한 드라이버 샷 데이터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결정하는 데이터는 다양하다. 클럽스피드나 볼스피드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디섐보가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 3, 4라운드 6번홀에서 기록한 드라이버샷의 클럽스피드와 볼스피드는 각각 시속 220㎞, 315㎞였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PGA투어 드라이버 평균 클럽스피드는 약 181㎞, 286㎞다. 아마추어 골퍼의 드라이버 클럽 스피드는 약 160㎞(100마일)만 나와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쇼골프가 국내 유통하고 있는 플라이트스코프 미보 레인지로 측정한 김범모 원장의 드라이버 샷 데이터 값이 나오고 있다. 쇼골프 제공

아마추어 골퍼가 당장 클럽스피드와 볼 스피드를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피지컬, 그리고 스윙 매커니즘과 관련한 부분까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디섐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PGA 무대를 밟았을 때만 해도 ‘헐크 드라이버’는 어울리지 않는 매칭이었다. 2019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02.5야드로 전체 30위권이었다.

 

하지만 이후 체중을 약 83㎏에서 110㎏로 25㎏을 넘게 불렸다. 단순히 체중만 늘린 것은 아니다. 강도 높은 운동과 동시에 식이요법을 통해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또 단순 벌크업이 아니다. 불어난 근육으로 유연성이나 민첩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했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이러한 업그레이드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레슨에서는 데이터 체크를 통해 비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우선 어택앵글, 즉 임팩트 순간 클럽의 수직 움직임을 살펴보자. 박연준 쇼골프 과장은 “클럽이 올라가면서, 즉 어퍼블로우로 임팩트가 되면 어택앵글은 + 데이터가 나온다, 반대로 클럽이 내려가면서, 즉 다운블로우로 임팩트가 되면 -값이 나온다”며 “드라이버의 경우 꽂아 둔 티 위에 볼을 올려두고 치기 때문에 어퍼블로우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어택앵글 평균 데이터는 -1.3이다. 이는 볼의 회전과 정타율을 높이기 위한 스윙을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나온다. L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값은 +3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7 전후 데이터 값이 나오면 이상적이라고 설명한다.

 

드라이버 샷을 연습할 때 데이터 체크를 통해 어퍼블로우가 이뤄지는지, 어택앵글 값이 +로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스매쉬팩터(Smach Factor), 즉 정타율도 중요하다. 클럽 스위트스팟에 임팩트해 정타율을 높이면 더 적은 클럽 스피드로 더 먼 거리를 보낼 수 있다. 제조사, 클럽 종류마다 로프트가 각각 달라 일반화할 순 없지만, 드라이버의 경우 1.45의 데이터를 목표로 잡으면 좋다. PGA나 KPGA투어 프로의 평균 스매쉬팩터는 1.48이다.

김범모 원장이 드라이버 샷 임팩트 순간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어퍼블로우를 위한 셋업, 그리고 머리축

 

어퍼블로우를 위한 셋업은 앞서 <2회 로리 매킬로이의 높은 탄도 샷>편(본지 7월19일자)에 다뤘다. 바로 ‘나야 나’ 셋업이다.

드라이버 샷을 하기 전 볼의 위치는 왼발이 기준이 된다. 볼을 왼발에 두고, 클럽을 잡은 손이 왼허벅지 안쪽에 두게 되면 왼쪽 어깨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어퍼 블로우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왼쪽 어깨를 더 올려주는 것이다. 이때 억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른 어깨를 내려준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취해주면 좋다.

김범모 모범골프 원장은 “'나야 나' 춤을 생각하면서 왼팔을 높이 들었다가 그대로 어드레스를 하면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주먹 하나 정도 차이로 높아진다. 어드레스 각도를 바꿔주기만 해도 상향 타격에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역시 축이다. 드로우, 페이드는 물론이고 고탄도, 저탄도 샷을 할 때도 모든 샷의 기본은 머리 축과 척추 각의 고정이다.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머리 축과 척추 각이 들리거나 움직이면, 정타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레슨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고수 모두 “힘을 빼고 스윙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몸에 힘이 들어갈수록 머리 축과 척추 각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드라이버의 경우 머리축이 볼보다 항상 뒤에서 고정돼 있어야 한다.

머리축이 고정되지 않고, 무리하게 어퍼블로우를 시도하게 되면 일명 '뽕샷'이 나오게 된다.

김 원장은 “셋업 때 오른쪽 어깨를 내려준 상태에서 머리축이 나가지 않게 그대로 스윙만 해줘도 어택 앵글 값이 올라가게 된다. 어택 앵글 데이터가 높아지면, 비거리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 스윙은 하루 아침에 바꾸거나 좋아질 수 없다. 반복 연습을 통해 감각을 몸에 익혀야 습관을 만들어야 일관성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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