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류현진·윤석민’을 향해… 부진 씻은 페디, 3개의 왕관을 노린다

NC 에릭 페디가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역사상 단 3명만 성공한 대기록에 도전한다.

 

프로야구 NC의 올해 히트상품은 누가 뭐래도 새로운 ‘외인 에이스’ 에릭 페디(30)다. 지난 4년간 NC 선발진을 떠받치던 드류 루친스키의 빈자리를 완벽히 지웠다. 한 수 위 실력으로 KBO리그를 폭격한 그는 모든 팀이 두려워하는 투수가 됐다.

 

7월까지 경기력이 아름다웠다. 17경기 14승2패, 평균자책점 1.74(103⅓이닝 20자책점) 121탈삼진을 찍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12번 올렸고, 그중 4번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단 한 번도 3실점을 넘지 않는, 무결점 피칭의 연속이었다.

 

그때 잊고 싶은 8월이 찾아왔다. 대량 실점 경기가 발생했다. 지난달 2일 롯데전 4이닝 5실점이 시작이었다. 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이내 경기력을 추슬러 궤도를 찾는 듯했으나, 지난 31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7실점 악몽으로 최악투를 새로 썼다. 월간 2승4패, 평균자책점 4.50이라는 어색한 수치가 남았다.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다. 9월 첫 등판, 5일 창원 키움전에서 7이닝 무실점 부활투를 쐈다. 25타자를 상대해 삼진 11개를 솎아내는 동안, 2피안타 1볼넷에 그쳤다. 순위싸움에 여념이 없는 팀에 2-1 짜릿한 승리도 선물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NC 에릭 페디(가운데)가 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개인 성적도 다시 상승세다. 시즌 17승(6패), 평균자책점 2.28(142⅓이닝 36자책점)을 찍으며 각 부문 1위를 공고히 다졌다. 탈삼진도 160개를 찍어 1위 안우진(키움·164개)을 바짝 쫓는다. 안우진이 팔꿈치 인대접합(토미존) 수술로 인해 시즌 아웃되면서 탈삼진 1위 등극도 시간문제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을 동시 석권하는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 가능성이 커진다. 역사상 단 3명의 투수만 성공한 진기한 기록이다. ‘레전드’ 선동열이 1986년, 1989년, 1990~1991년까지 총 4차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괴물’ 류현진이 프로 데뷔를 알린 2006년에 뒤를 이었고, 마지막 주자 윤석민이 2011년에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12년 동안 끊긴 명맥을 페디가 이으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승 이상-1점대 평균자책점’ 동시 달성도 아직 사정권이다. 박철순(1982년), 최동원(1985년), 선동열(1986년·1989년·1990년), 김현욱(1997년)까지 4명만 성공했다. 이 중 순수선발승만으로 써낸 선례는 없다. 페디가 그 최초의 발자국에 도전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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