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에 태극기가 ‘펄럭’...韓 배드민턴, 항저우 AG 앞두고 ‘금빛’ 스매싱

안세영이 경기 중 스매시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배드민턴 새 역사!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21·삼성생명)은 28일 덴마크 코펜하겐 로얄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 6위 콜리나 마린(스페인)과의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2-0(21-12 21-10)으로 완파했다. 남녀 단식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혼합 복식 서승재-채유정 조도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배드민턴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 승승장구

 

최고의 경기였다. 안세영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범실에 힘입어 앞서 나갔다. 마린이 흔들리는 사이 안세영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완급 조절까지 하며 경기를 따냈다. 2게임에도 안세영은 주도권을 잡았다. 게임 중반 다소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으나 흐름을 빠르게 되찾았다. 기세를 몰아 승기를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해 더욱 뜻깊다. 8강에서 세계선수권 역대 우승자인 오쿠하라 노조미(일본)에 역전승을 거뒀다. 4강에선 ‘숙적’ 천위페이(중국)를 물리쳤다. 경기 중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로써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남녀 단식에서 올린 최고 성적은 1993년 방수현의 여자 단식 준우승, 1995년 박성우의 남자 단식 준우승이었다. 안세영도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 져 동메달에 그쳤지만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올해 BWF 월드투어에서 7차례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며 ‘배드민턴 여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남녀 혼합 복식 서승재-채유정이 경기 중 기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환상의 짝꿍

 

천적을 잡았다. 혼합 복식 세계 5위 서승재-채유정 조는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중국)를 2-1(21-17 10-21 21-18)로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서승재-채유정은 2018년부터 상대 전적에서 9전 전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3월 전영오픈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엔 달랐다. 1게임부터 상대에게 기세를 내주지 않았다. 채유정은 재치 있는 네트 플레이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서승재는 구석을 노리는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정쓰웨이-황야충은 2게임에 설욕에 나섰다. 전세가 기울자 서승재-채유정은 무리하지 않고 체력을 아끼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3게임은 흐름을 완전히 이끌었다. 16-8로 앞서며 승기를 일찌감치 잡았다.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지만 서승재의 마지막 스매시가 성공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3년 김동문-라경민 조 이후 20년 만이다.

 

서승재-채유정은 한국 혼합 복식의 간판으로 활약했지만 지난해 8월 호주오픈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천적을 잡아내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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