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정맥류, ‘아이돌 체형’ 젊은 남성에서 호발한다?

‘이상하게 구불구불한 혈관이 만져지네?’

 

샤워를 하다가 무심코 음낭의 혈관이 두드러지는 것을 느꼈다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정계정맥류란 정맥 혈류가 역행해 울혈 현상이 일어나는 정맥류질환 중 하나다. 남성 음낭정맥 혈관 문제로 발생한다. 따라서 마치 하지정맥류처럼 고환 쪽 피부가 울퉁불퉁 튀어나와 보이고, 양쪽 고환 크기 차이, 늘어짐, 열감, 묵직한 통증 등을 유발한다.

 

김재욱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정계정맥류는 청소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그는 “특히 키가 크고 마른 ‘아이돌 체형’의 남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마른 체형 특성상 혈관이 압박되기 쉽고, 청소년기 2차 성징으로 인해 갑자기 키가 크고 살이 빠지는 시기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

 

국내에서는 군대 입대 전후 신체검사 등을 통해 정계정맥류 진단율이 높아지는 것도 특이점이다. 특히 상병 진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이 본격 시행된 2013년부터 초진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양상을 보인다.

Man clasping his genitals.

이처럼 정계정맥류가 젊은 남성에게 더 위험한 이유는 ‘남성 불임’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맥류로 인해 고환 쪽 온도가 상승하면서 정자활동성이 낮아지거나 혈액의 역류로 음낭의 노폐물이 누적되어 고환이 손상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불임, 난임 등을 이유로 진행한 검사에서 전체 검사자의 약 35%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따라서 결혼적령기 이전에 정계정맥류 유무를 확인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김재욱 원장은 “정계정맥류는 선천성 질환으로 이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예방법은 따로 없다”며 “평생 지속되는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조기검진만이 답이다. 유전적 요인도 커 가족 중에 정계정맥류나 하지정맥류가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맥류 진단은 도플러초음파 검사로 한다. 해부학적 정보와 혈류 역학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고 탈장, 부고환염 등 다른 비뇨기 질환과의 감별도 가능하다. 엄밀히 구분하면 혈관질환이기 때문에 혈관 상태 및 혈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단 받는 것이 좋다.

 

김재욱 원장은 “정계정맥류는 총 1기에서 3기로 나뉘는데 3기 진단 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하복부를 절개해 문제 혈관을 결찰하는 수술, 혈관 내로 진입해 문제 혈관을 백금실과 경화제 등으로 막아 혈류를 교정하는 색전술 치료 등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색전술은 뇌동맥류, 복부동맥류, 간암 치료 등에 활발히 활용되는 인터벤션 치료법으로 전신마취나 피부 절개가 부담스러운 청소년 또는 노년층, 빠른 일상복귀가 필요한 군인, 회사원 등에 특히 권고된다. 김 원장은 “10년간 치료 효과 분석에 따르면 색전술 시술 성공률은 98.5%, 재발률 2.3%로 미세현미경수술에 못지않다”며 “인터벤션 치료가 활발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색전술이 정계정맥류의 1차 치료법으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욱 원장은 “이미 정계정맥류가 있다면 하체를 압박하는 가부좌 자세, 스키니진 등의 착용을 피하고 앞주머니에 핸드폰 등의 전자기기를 두는 것을 지양하며 하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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