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건강증진을 실현하려면, 회색지대를 다스려야 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지고, 몸이 물에 푹 젖은 이불 솜마냥 무겁고 불편하다. 반대로 몸은 너무 피곤한데, 잠을 제대로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눈이 일찍 떠진다. 점점 살이 찌고 근육은 줄어드는 등 점점 거미 체형으로 변한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은 없으니 관리를 잘 하라고 말한다. 모두 노화가 몸속에서 진행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즘 현대인, 알아서 똑똑하게 건강관리에 나선다. 건강식을 잘 챙겨먹고, 운동해도 2%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의학적인 요소를 추가하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4일 ‘헬스케어 디자인’을 지향하는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항노화,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처음 병원생활을 할 때에는 중증질환자의 ‘조기진단’에 관심이 컸다. 당시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대부분 중증질환자였는데, 초기에 병을 찾아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데도 적절한 시기를 놓쳐 고통받는 모습을 자주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건강검진 분야에 관심이 갔다.
이후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전문의로 재직하며 수년간 검진을 맡아왔다. 처음엔 원하는 일을 하다 보니 즐겁고 보람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적 검진의 아쉬운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나는 몸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정작 검사를 다 해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대학병원 근무 당시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 처음엔 환자의 불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환자는 분명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는데 검사 결과는 정상범위에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검사 결과가 정상적이라도 환자가 느끼는 이런저런 불편함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이후 조기진단은 물론 기능의학과 항노화의학 분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진정한 의미로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이를 위해 하버드대학병원 브리검여성병원에서 항노화의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같이 연수한 의사들도 현재 항노화의학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를 임상에서 실현하기 위해 대학병원의 문을 나서 자유로운 개원을 택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개원에 나설 때쯤에는 치료 못잖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노화를 막고, 외모를 젊게 가꾸며, 질환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트렌드가 대세가 됐다.”
-주로 내원하는 고객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나.
“‘의학적으로’는 건강한 상태인데, 일상 속에서 컨디션이 떨어지는 분들이다. 이를 ‘건강 회색지대(Gray Zone·未病)’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부족하지만 사회적 입지는 높아져 소화해야 할 업무는 오히려 늘어난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다보니 은퇴도 늦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 줄기세포치료와 기능의학·세포검사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줄기세포의 개념은. 쉽게 설명해달라.
“줄기세포는 자기 재생 능력과 분화 능력을 가진 일종의 원시 세포다.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키는 역할이 가장 크다. 신생혈관을 형성해 혈액순환을 도우며, 단백질 합성효과를 높여 기초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줄기세포, 어떤 사람에게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나.
“줄기세포는 이미 난치병 치료, 치매 예방 등 중증질환 분야에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중국 쿤밍대 후민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중증 확진자를 대상으로 링거 줄기세포 정맥주사 치료에 나선 결과, 예방을 넘어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줄기세포 속 SDF-1α, PDGF, TGF-β1, VEGF 등 항산화 성분이 톡톡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유추된다.”
-줄기세포의 추출 방식은 골수, 지방조직 등에서 얻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담셀의원은 어떤 방식을 활용하는지.
“혈액, 골수, 지방 모두 활용하고 있다.”
-줄기세포, 정맥주사로만 활용하나. 다른 치료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기본적으로 전신 컨디션 증진을 위해 링거 주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나이가 보이기 시작하는 피부, 두피(탈모), 갱년기 이후 약해진 성기능, 통증질환 등 노화로 인한 대다수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를 청셀, 미셀, 모셀, 성셀, 활셀 치료로 소개하며 시행하고 있다. 자신에게서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까지는 동일하고, 이후 고민 부위나 치료 부위가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근본적인 노화 예방을 위한 프리쥬비네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미는.
“이제는 단순히 노화를 지우는 ‘안티에이징’을 넘어 노화를 예방하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를 프리쥬비네이션이라고 한다. 안티에이징이 이미 노화된 몸을 다시 젊게 되돌리는 것이라면, 프리쥬비네이션은 노화 증세가 느껴지기 전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데서 차이가 난다.
줄기세포 정맥주사도 대표적인 프리쥬비네이션 시술에 들어간다. 줄기세포를 전신에 투여함으로써 몸을 젊게 깨우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원리다.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수록 노화가 이뤄지는 시점도 뒤로 늦춰진다. 프리쥬비네이션은 일종의 ‘노화 예방주사’라고 이해하면 쉽다.”
-건강 관리를 위한 수칙으로 단골 의사 만들기, 매년 건강 체크하기, 유전자 검사, 바이오마커 검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화도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어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것은 노화를 막는 제 1 규칙이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대처하는 게 관건이다.
평생 한번만 받아도 되는 유전자검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타고난 건강지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내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잘 전환시켜 사용할 수 있는지, 비만해지기 쉬운 체질인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취약한지 등의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질환이 나타나지 않도록 건강관리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여기서 적용된다. 내 몸을 아는 것 자체가 건강과 젊음 유지에 도움이 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마커 역시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유리한 검사다.
또, 이같은 데이터를 시간순서대로 알고 있는 주치의를 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때그때 다른 병원에서 검사하는 것보다 자신의 건강상태의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의사와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사와의 유대감도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저 역시 내원객의 건강을 오래오래 지켜주기 위한 ‘헬스케어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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