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OK금융 황동일 코치, 1년차 세터코치로 변신…코보컵 우승 “시작이 좋아”

OK금융그룹 세터코치로 변신한 황동일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OK금융 제공

“24시간 배구생각 뿐이랍니다.”

 

OK금융그룹 세터코치로 화려하게 변신한 황동일(37). V-리그 최초로 7개 구단 유니폼을 모두 입어본 그는 세터코치로 변신하면서 배구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OK만의 배구를 보여주기 위해 매진하는 황 코치. 부임 후 처음 치른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당당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배구의 매력에 빠지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축구선수를 꿈꿨던 황 코치는 초등학생 때 높이뛰기, 육상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했다. 학교에서 그의 기질을 발견한 후 배구를 계속 권했지만 배구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 어느날 학교 교장실로 불려갔다. 그곳에는 아버지와 교장선생님, 체육 담당 선생님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황 코치는 “학교에서 배구를 계속 권했지만 처음엔 하고 싶지 않았다. 못 이긴 척 견학차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배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형들이 즐겁게 배구하는 모습, 공 때리는 소리 등 현장감 넘치는 모습에 반해 바로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견학간 날 바로 합숙을 시작한 황 코치는 배구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지게 됐다. 코트에서 뛰는 순간이 행복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한 그는 기초부터 탄탄히 배웠다. 봉오중학교 뿐만 아니라 안산시에서도 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해준 덕에 배구 연습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었다.

 

◆다섯 번 트레이드, 한 번의 방출

 

공격수였다가 세터로 변신했다. 기본기를 공격수로 배웠던 황 코치는 세터로 바꾸면서 슬럼프가 왔다. 세터의 기본기가 잡히지 않아 힘들었지만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입단해 V-리그에 입성했다. 곧장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된 그는 이후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을 거쳤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에서 OK금융그룹으로 이적했다. 7개 구단에 모두 몸담으며 각 팀의 문화, 특징 등을 잘 알고 있다. 그만의 강점이다.

 

다섯 번의 트레이드, 한 번의 방출. 황 코치는 선수 생활 10~11년차 쯤 한계에 부딪혔다. 깊은 슬럼프에 빠질법도 했지만 멘탈 관리에 누구보다 노력했다. 새로운 팀에서 나의 모습을 보여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황 코치는 “배구는 정말 기본기가 중요하다. 딜레마에 빠졌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더라. 당시 조언을 구할 선배들도 많이 없어서 스스로 멘탈 관리를 잘하고자 노력했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하지만 그 순간 어떻게 극복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더 심하다. 멘탈 관리를 하며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동일 코치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OK금융 제공

 

◆세터코치의 미션 “OK만의 배구하자”  

 

만족감이 높다.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황 코치는 구단의 제안으로 6월부터 세터코치로 변신했다. 새로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53·일본) 감독과 첫 시작을 함께하게 됐다.

 

‘OK만의 배구’를 하는데 집중하자는 감독님의 주문과 함께 우리만의 배구 시스템을 갖추는데 노력하고 있다. 

 

황 코치는 “모든 구단을 다 돌아본 저로선 새로 오시는 감독님과 함께 새 출발을 하고 싶었다. 평소 감독님은 감독 대신 ‘오기상’이라 부르게 한다. 오기상이 온 후 세터코치가 무엇을 해야할지 직접 알려주셔서 좋다. 많은 코치들이 있지만 코치마다 하는 역할이 다르다. 덕분에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연구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의 열정에 선수들 모두 집중해서 연습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한다. 감독님을 무한신뢰 중인 그는 다른 코치, 스태프들과 두 배 이상 소통하며 OK만의 배구를 하고자 매진하고 있다. 

 

황 코치는 “큰 틀을 잡아놓고 세부적인 사항들은 각 코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맞춰가고 있다. 팀워크가 잘 맞으니 연습의 효율성도 보다 높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술·멘탈관리까지 책임지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도전을 멈추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각 나라별 배구 시스템 및 흐름은 어떤지, 올바른 지도자상은 무엇인지 24시간 연구 중이다.”

 

황 코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스포츠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의 길을 가는 순간에도 배구에 파고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나만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 중인 황 코치는 요즘 24시간 배구 생각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서 OK만의 시스템이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있다. 우리 세터진들의 배구 기술뿐만 아니라 멘탈관리까지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자 노력 중이다”며 “이를 위해선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내가 더 다가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모든 구단을 돌아본 경험을 우리 세터진들에게 공유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엔트리 17명 모두 누구하나 다치지 않고 처음과 끝을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코치 부임 후 컵대회 우승까지

 

그의 노력이 닿은 것일까. 두 달 만에 성과를 냈다.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열린 프로배구대회 코보컵에서 우승한 OK금융그룹.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우승을 따냈다. OK만의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있다는 뜻이다.

 

황 코치는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우리가 준비해 온 것들을 시합때 해내줘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좋고 감사했는데 우승까지 해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스태프들은 예선전만이라도 잘해내자는 마음으로 시합장에 갔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치를때마다 선수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우승과 함께 그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선수 시절에는 오로지 내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답을 내렸다. 하지만 스태프는 다르다. 스태프로선 오로지 선수들을 서포트하며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해내야하기 때문이다. 보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앞으로도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선수들을 코치하겠다.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공부하고 연구해서 선수들과 코트장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코치가 되고싶다.”

 

황동일 코치가 선수들에게 코칭하고 있다. OK금융 제공

 

주형연 기자 jh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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