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너도나도 강속구를 외치는 시점이다. 메이저리그(MLB)서 100마일(160.9㎞) 이상의 파이어볼러 투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괴물’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다르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 중이다. 단 4경기 만에 완벽한 부활을 노래했다. 2승1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 중이다. 복귀전이었던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3회부터 17이닝 연속 비자책점 행진 중이다. 새 패러다임이다. 빠르지 않아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스타일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올해 류현진이 보여준 구종 비율을 살펴보면 포심(직구)이 137개(45.5%)로 가장 많다. 체인지업 75개(24.9%), 커브 56개(18.6%), 커터 33개(11.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인상적인 대목은 구속이다. 직구 기준 평균 88.3마일(약 142.1㎞)에 머물고 있다. 원래도 빅리그서 강속구 유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19년 90.7마일까지 찍었다. 수술 직전이었던 지난해(89.3마일)와 비교해도 1마일 정도가 감소했다.
대신 공 끝은 더 예리해졌다. 직구 분당 회전율이 2048회에 달한다. 2019년 2084회 이후 최고다. 상대 타자들이 강속구 못지않게 묵직하다고 느끼는 배경이다. 공 자체에 힘이 있으니 변화구도 춤을 춘다. 특히 느린 커브와의 궁합이 찰떡이다. 직전 경기였던 2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류현진은 커브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최저 65.5마일(105.4㎞) 떨어졌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89.6마일(144.2㎞)였다. 40㎞ 이상 차이가 났다.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시기조차 절묘하다. 류현진은 2020시즌을 앞두고 4년 8000만 달러에 토론토와 손을 잡았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다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일각에선 30대 중후반인 나이를 언급하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류현진은 스스로 자신을 향한 시선을 바꿔 놓았다. 장기계약은 어려워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임을 입증해냈다. 달라진 온도차가 보인다. 일부 캐나다 매체들은 재계약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많아지는 선택지, 과연 괴물다운 행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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