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병원의 낭만은 2023년에도 그대로였다. 묵묵히 돌담병원을 지킨 ‘돌담즈’(돌담병원 구성원)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민재가 연기한 박은탁 역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김사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배우 김민재다.
17일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김사부3’)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의사’ 이야기를 그렸다. 종영 이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김민재는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할 줄 몰랐고, 시즌2가 끝나고 시즌3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다른 시즌보다 조금 더 보고 싶을 것 같다. 세 번째 종영이라 그런지 뭉클하고 더 싱숭생숭하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민재는 2016년 첫발을 뗀 ‘김사부’의 원년 멤버다. 돌담병원을 지키는 정의로운 간호사 박은탁으로 분해 2020년 방송한 시즌2에 이어 2023년의 시즌3까지 함께하게 됐다. 그 안에서 돌담병원 멤버들과 더 끈끈해졌고, 간호사이자 한 인간으로서 더 성장했다.
길게는 8년여간 함께한 ‘김사부’다. 시즌3 역시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김민재는 “시즌1부터 함께했지만 이번에도 글을 읽을 때마다 너무 소름이 돋더라.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하며 대본을 봤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기한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고 소회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김민재가 성장했듯, 돌담병원의 간호사 박은탁도 성장했다. 김민재는 “시즌3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낭만이 가득한 돌담병원에 우두커니 존재하는 것이었다. 시간 지나면서 프로페셔널하게,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인물이라는 게 내 해석이었다”고 했다.
김사부(한석규)가 염원하던 돌담병원 외상센터의 오픈도 시즌3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확장된 스케일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껄껄 웃어 보인 김민재는 “‘이게 낭만닥터라고?’ 싶었다. 모두가 소름 돋아 했다”고 생생한 후기를 전했다.
“‘김사부’ 시리즈는 계속되어야 해요.”
시즌3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대표적인 시즌제 성공 작품으로 남았다. ‘김사부’의 낭만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벌써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를 품고 있다. 김민재 역시 마찬가지다. “ 가볍지 않게, 위로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당연히 시즌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김사부의 스핀오프를 보고 싶다. 김사부의 젊은 시절은 어땠는지, 어떻게 김사부가 되었는지 ‘김사부’의 팬으로서 꼭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달리와 감자탕’,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리즈 등 주연작도 여럿이다. 그에 비해 ‘김사부’ 시리즈 속 김민재는 다소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김민재의 시즌3 합류를 두고 놀라기도 했다. 이에 김민재는 “시즌2때도, 시즌3때도 주변의 만류가 분명히 있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주위의 만류를 이겨내고서라도 출연하고자 했던 ‘김사부3’다. 김민재는 “늘 하고 싶었다. 그만큼 나에게 ‘김사부’는 큰 의미”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가 좋다. ‘김사부’니까 그렇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가 없다”며 무한 애정을 보였다. 연기를 시작하며 ‘김사부’를 만났고, 인간 김민재의 삶에도, 배우 김민재의 삶에도 ‘김사부’는 그 일부가 됐다.
“우리가 왜 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흘러가는 시대에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용기 있게 대답하는 사람들. 그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돌담병원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멋있죠.”
현실 ‘김사부’ 한석규의 존재도 크게 다가왔다. “정말 최고”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한 김민재는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느낄 거다. 정말 좋은 선배님이자 멋진 어른이다. 선배님과 대화하고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감동적이고 영광스러웠다”며 “자신의 심장을 긁으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며 연기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심장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만 연기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우리 세대를 많이 걱정해 주신다. 어떻게 살지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8년여를 함께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끝낸 지금, ‘입대’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다. ‘김사부3’ 제작발표회에서 “민재가 7월에 입대한다”는 한석규의 폭로로 주목을 받은 화제의 입대다. 김민재는 “깜짝 놀랐지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서 오히려 감사했다. 우리끼리는 많이 웃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아직 입대 일이 정해지진 않았다. 군악대를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또래보다 빨리 입대를 결정했다. 30대에 앞서 배우로서,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너무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자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데뷔 이후 ‘김사부’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통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김사부’ 시즌3의 마무리와 함께 김민재에게도 한 템포 쉬어갈 시간이 주어졌다. 이날 인터뷰가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이라는 김민재는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가려 한다”고 들뜬 감정을 보였다.
“후회 없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20대의 목표로 삼은 게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거였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30대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연기, 음악, 세상 등 많은 공부를 해서 30대의 김민재를 맞이하고 싶어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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