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호랑이의 문단속’… 깊어지는 KIA 클로저 고민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마운드에서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뒷맛이 자꾸 씁쓸하다.

 

프로야구 KIA가 자랑하는 ‘영건 클로저’ 정해영(22)의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 올 시즌 18경기 3승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86(16⅓이닝 7자책점)이다. 시즌 5세이브 이상 구원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이용찬(NC·4.9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상세 지표에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1.2㎞까지 감소했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했던 2021~2022시즌에는 각각 평균 144㎞, 144.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저한 구속 저하다.

 

구위가 떨어지니 피안타율이 치솟는다. 2021시즌 0.210까지도 내려가봤던 수치가 올해 0.292로 상승했다. 팀 내 불펜진 중 가장 높다. 장타 허용도 늘었다. 지난해 55경기 56이닝을 소화하며 나온 피홈런 3개를 벌써 채웠다. 피장타율도 전년 0.360에서 0.431까지 올랐다.

 

고난 속에서 쌓은 5세이브보다 승계주자 실점률 50%, 블론세이브 2회, 세이브 성공률 71.4% 등의 기록에 자꾸 눈이 간다. KIA 김종국 감독은 여전히 마무리 자리에 정해영을 못 박고 있지만, 마운드에 섰을 때 불안감은 숨길 수 없다.

 

KIA 최지민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대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보직 변경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프로 2년 차 좌완 최지민이 비약적인 구속 상승과 함께 눈도장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평균 141.1㎞였던 패스트볼이 올해 평균 145.3㎞를 찍는다. 최고 150㎞까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오르자 자신감도 하늘을 찌른다. 데뷔 첫 승리, 홀드, 세이브를 차곡차곡 챙기면서 16경기 무실점 행진 중이다. 평균자책점도 1.13(24이닝 3자책점)까지 떨어졌다.

 

다만 성급히 움직이기엔 KIA도 부담이다. 경험이 적은 최지민에게 마무리 중책을 맡겼다가 자칫 그의 완연한 상승세까지 꺾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게다가 KIA에게 정해영은 반드시 살려내야 하는 선수기도 하다. 타이거즈 최초이자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에 빛나는 그는 앞으로 긴 시간 KIA의 뒷문을 책임져줄 적임자다.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작은 불씨를 방치하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다. ‘마무리 교체’라고 못 박는 강수까진 아니어도 정해영에게 2군에서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보직을 고정하지 않는 집단 마무리 체제도 한 방법이다. 정해영의 회복을 기다리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물론 그의 구위 회복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전제가 필요하기에 완벽한 정답은 아니고 많은 옵션 중 하나다. 최종 선택은 결국 수장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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