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 “13개월 ‘외계인’ 촬영, CG 자신 있었는데…”[스타★톡톡]

전설의 ‘택배기사’ 5-8의 탄생에는 CG의 효과가 컸다. ‘택배기사’의 타이틀롤을 맡아 건강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담아 돌아온 배우 김우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로 인류가 1%만 살아남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스릴러물이다. 2016년 나온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낮에는 사람들에게 공기 및 생필품을 전달하는 택배기사로, 낮에는 난민을 지키는 흑기사로 활동하는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는 이야기다.

김우빈은 ‘전설의 택배기사’ 5-8로 분한다. ‘택배기사=김우빈’이었다. 그는 2017년 비안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며 2년 여간의 공백기를 거쳤다. 2019년 완치 판정을 받았고,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첫 단독 주연작 ‘택배기사’로 복귀했다.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에 따르면 12일 공개된 ‘택배기사’는 공개 단 3일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 다해서 많은 분에게 홍보하고 소개하자 생각했는데, 오픈하자마자 너무 많이 봐주셔서 깜짝 놀랐다. 열심히 만들고도 없어지는 작품도 많은데, 큰 관심 받아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택배기사’의 아포칼립스(종말 이후 세계) 세계관은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 수년간 마스크를 쓰고 지낸 이들의 공감은 얻었지만, 그 이상은 찾기 어려웠다. 예상 가능한 권선징악. 반전도, 감동도 기대엔 못 미치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빈의 포스는 빛났다. 흙먼지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고도 살아남았다. 

마스크를 쓰는 설정으로 그의 눈빛 연기가 더욱 빛났다. 하지만 김우빈은 “마스크 써서 특히 눈에 신경 썼냐는 질문받았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고 솔직히 답했다. 진짜 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눈만 봐도 전달 될 거라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13개월간의 영화 ‘외계인’, 6개월간의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을 마치고 휴식기에 접어들 찰나 만나게 된 ‘택배기사’다. 영화 ‘마스터’로 호흡했던 조의석 감독의 작품이라 마음이 갔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답답함을 느낄 시기에 찾아온 ‘택배기사’는 더 흥미로웠다. 김우빈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엔 부담도 됐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내 체력이 너무 좋아졌더라. 제작진의 배려에 체력적인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건강에 관한 물음에는 “여기서 내가 가장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웃으며 “병원에서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하더라. 모든 게 정상이다. 예전보다도 체력이 더 좋아졌다. 많은 분의 걱정과 응원의 힘을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5-8의 비중이 더 커졌다. 각색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인물인 만큼 새로운 인물이라 생각하고 준비에 나섰다. 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전설의 택배기사가 되기까지 5-8의 서사도 탄탄하게 쌓아 올렸다. 그는 “부모님은 식량을 구하다 돌아가셨고, 혼자 살아남아 어릴 때부터 혼자 아파하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인물로 생각했다”며 “밝은 부모님 아래서 자라 동료들과, 난민들과도 잘 지냈을 거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친구였던 사람들이 식량 앞에서 한순간에 적이 되는 세상 속에서 점점 더 자신을 숨기고, 방어하게 된 거다. 그 과정에서 유년시절에 만난 뚝딱 할배한테 처음 ‘어른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고 의지하게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우빈의 흡연 연기도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지인들이 많이 걱정하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한 장면이다. CG 작업에 관한 물음에 그는 “배경은 거의 CG여서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했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진짜 같은 부분이 많더라. 사월(강유석)이가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며 트럭을 막는 신도 CG였는데 진짜 사막처럼 나왔다. CG가 다 수작업인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생각했다. 연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잘 살았다”고 공을 돌렸다. 

 

담배 CG에 관해서는 “13개월간 ‘외계인’을 촬영해서 CG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어렵더라”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연기하는 거랑 상상을 더 해서 하는 건 차이가 있었다. 처음엔 감독님이 담배 설정을 다 빼겠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5-8에겐 담배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CG가 된다면 연기로 해보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흡연을 해봤으니 맛깔나게 캐릭터를 살려보겠다고 했다”며 웃어 보인 김우빈은 “있는 걸 지우는 건 어려워도 없는 걸 만드는 건 쉽다고 하더라. 담배 모양 소품으로 연기했다. 공기, 연기를 고려해서 이쯤 되면 연기가 눈에 들어가 따갑겠다, 핸들을 꺾으면 담뱃재가 어디로 떨어지겠다 등을 계산해서 연기했다. 내 생각보다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졌더라”고 만족했다.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자에게만 시련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 받은 사람들이다. ’ 김우빈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그는 “책에서 본 문구인데, 쉬는 기간에도 그 득을 크게 봤다. 내가 이겨낼 수 있기에 잠깐 휴식기를 주셨다고 생각하며 극복했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인 마음 덕이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겠지만 “(지금)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극복한 것이 아닐까”말하며 웃는다.

 

그의 꿈은 모델학과 교수였다.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연기력도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 수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여전히 즐겁고, 어렵고, 두렵다”면서도 “연기를 시작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걸 맡겨 주셨다.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채찍질하며 20대를 보냈다”고 돌아봤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복귀한 만큼 앞으로의 배우 김우빈이 보여줄 얼굴에도 기대가 모인다. 그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싶지는 않다. 10년 후에도 건강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관객과 만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래를 그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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