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골랐더니 친환경이네”…재활용에 아름다움을 입히다 [에코노미 리포트]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
버려진 원사에 니트 기법 적용
친환경 가방·액세서리 선보여
제로 웨이스트 ‘3D 니팅’ 등
지속가능 패션위한 기법 개발
작년엔 폐어망 리사이클까지
“친환경도 매력없으면 거부감
예쁘게 만들어 사고싶게 해야”
플리츠마마의 삼청동 플래그십 스토어 ‘이웃'에 진열된 폐자원 활용 가방들. 정희원 기자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실용적이기만 할 필요가 있나요. ‘예쁨’까지 더해 친환경 제품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고 싶은 제품이 돼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지구에 더 다정한, 저탄소 라이프 파트너로 거듭나는 게 목표입니다.”

패션계는 물론 일상에 ‘친환경 열풍’이 불어닥치기 이전인 2017년,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는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플리츠마마’를 선보였다.

플리츠마마는 친환경 소재에 현대적인 니트 기법으로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든다.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패션’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브랜드 론칭 당시에는 친환경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다. ‘의식 있는 소비’ 자체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바로바로 구현하는 ‘패스트패션’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왕종미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구를 위해 패션계가 변해야만 한다’는 신념에서다.

왕종미 대표는 본래 니트를 만들어 브랜드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사실 납품 과정에서 니트는 많이 폐기된다. 기업은 발주 후 오더(주문)을 취소하기도 하고, 한번 시즌이 지난 실들은 버려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옷이나 가방은 대부분 원단을 원단 채로 염색한 뒤 봉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문이 들어가더라도 만들고 남은 원사는 대개 버려지고, 원단을 재단하면 자투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왕 대표는 이런 현실을 매일 체감하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니트 완제품이 아닌 원사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결심,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플리츠마마의 탄생 자체가 ‘남아서 버려지는 니트를 폐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왕 대표는 리사이클 원사를 가지고 첫 번째 가방을 선보였지만, 당시엔 반응이 좋지 않아 상품화하지 못했다. 이후 ‘플리츠 디자인’을 적용, 현재의 형태에 이르렀다. 초기 디자인과 상품, 플리츠마마 니트백의 원본 스케치는 서울 삼청동 플리츠마마의 플래그십 스토어 ‘이웃’에 전시돼 있다.

플리츠마마는 원단이 아닌 ‘원사’를 염색하는 방식으로 자원 낭비를 막는다. 원하는 만큼만 짜내고 남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플리츠마마의 모든 제품은 원사(실)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홀가먼트 기계를 통해 니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밖에 ▲폐자원 국산화 ▲폐페트병 및 폐어망 재활용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3D 니팅 기법’ 등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방법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드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플리츠마마는 3년 전인 2020년 폐자원의 국산화를 이룬 첫 브랜드다. 제주·서울·여수·부산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페트병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로컬프로젝트’를 진행,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쉐이크쉑과 협업한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나노백

최근에는 ‘이웃’에서 SPC의 쉐이크쉑과 협업해 첫 오프라인 이벤트 ‘FOR THE COOL EARTH’를 통해 직접적인 소비자의 환경보호 실천도 도왔다.

당시 이벤트 기간 동안 매일 폐페트병을 가져오는 선착순 200명을 대상으로 쉐이크쉑의 커스터드(아이스크림)와 레몬에이드 음료 쿠폰을 증정했다. 삼청동 동네 어르신들도 동참하며 플라스틱을 꽤 많이 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전에도 브랜드, 기관 등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소비자 대상의 환경보호 알리미 역할에 나서왔다.

신요한 플리츠마마 브랜드전략 팀장에 따르면 약 250개의 페트병을 재활용하면 원사 한 콘을 만들 수 있다. 석유자원 절약, 산업폐수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도 절감된다.

현재 오랜 파트너 효성티앤씨와 소재 개발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플라스틱 아이스컵’에서 원사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폐플라스틱을 넘어 재활용이 까다로운 ‘폐어망’ 리사이클까지 범위를 넓혔다. 부산·목포의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으로 플리츠백을 제작, 해양 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렸다. 폐어망이 페트병보다 바다를 더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종미 대표와 직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결실이다.

신요한 팀장은 “폐어망에는 더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어 분리 후 재활용이 까다롭다”며 “이와 관련 폐어망을 수거해 친환경 재료로 바꾸는 자원순환 소셜벤처 ‘넷스파’, 효성티앤씨가 함께하며 힘을 합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넷스파가 원료를 ‘플레이크(flake)’ 형태로 만들고, 효성티앤씨가 이를 원사로 만든 뒤, 플리츠마마가 가방으로 변신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주삼다수와 함께 한 ‘자원순환 체험교육’

플리츠마마가 소재 개발 ‘국산화’에 무게중심을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사를 수입하거나 제품 공정을 해외에 위탁하지 않아 원자재 이동 거리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다. 또, 국내서 발생하는 페트병이나 폐어망을 재활용함으로써 바다와 땅에 버려지거나 묻히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넘어 친환경 소재를 연구 탐색하는 ‘PLMA-LAB™’도 운영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 플리츠마마는 헤지거나 신축성이 떨어진 제품은 평생 무료로 수선해준다.

새로운 것을 사는 대신 새 것처럼 되돌려준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싫증 난 가방을 수거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플리츠마마는 매력 없는 제품에 의미만 부여하는 친환경 마케팅은 소비자의 거부감을 산다고 말한다.

대신 버려진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 ‘새로운 쓰임’을 찾고 오랫동안 가치 있게 사용하는 선순환을 주도한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지금도 이를 위해 실질적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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