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이 얼른 이겨보라고 하시네요.”
‘아기 안방마님’ 조형우(21·SSG)가 발걸음을 뗀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8일 기준 9경기에 나섰다. 그 가운데 6경기 선발 마스크를 썼다. 1군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9경기(선발 2경기) 출전했던 것을 떠올리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인상적인 장면도 여럿 만들어냈다. 지난 2일 인천 KT전에선 데뷔 첫 손맛을 맛보기도 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조형우에 대해 “큰 문제없이 잘해내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눈에 띄는 떡잎
무등중, 광주제일고 출신이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로 SK(SSG 전신) 품에 안겼다. 높은 순번이 말해주듯 입단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1차지명감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였다. 키 187㎝, 몸무게 95㎏ 등 기본적으로 건장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정확한 포구, 송구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형우는 강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송구하나만큼은 학교 다닐 때부터 유일하게 자신 있었던 부분”이라고 웃었다.
공격형 포수로서의 자질도 엿보인다. 장타를 가지고 있다. 고교 3학년 시절 19개의 안타(타율 0.302)를 때려냈는데, 그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0개가 장타(홈런 2개, 2루타 8개)였다. 2022년 퓨처스(2군)리그 34경기서 타율 0.379(95타수 35안타) 3홈런 등을 때려내기도 했다. 1군으로 콜업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조형우는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험과 조언, 값진 자양분
포수는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어린 나이에 1군 무대를 밟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값진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흔히 좋은 포수가 뛰어난 투수를 만든다고 한다. 김원형 감독은 반대의 사례에도 집중한다. 마운드에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최근엔 외인 커크 맥카티, 오원석 등과 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원형 감독은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그래도 투수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부분이 많을 거라 본다”고 전했다.
포수 선배들의 지원사격 또한 든든하다. SSG엔 이재원(35). 김민식(34) 등 이른바 ‘우승 포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포수진의 경우 나이 차가 꽤 나다 보니 조형우 입장에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터. 그 마음을 알기에 선배들이 먼저 움직였다. 조형우는 “선배님들이 항상 먼저 말을 걸어주신다. 그날그날 어땠는지 물어봐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면서 “(이)재원 선배님도 그렇고 (김)민식 선배님도 그렇고 ‘네가 주전이 돼야 한다. 얼른 이겨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따라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행복한 지금
표정이 밝다.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는 지금,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조형우는 “궁극적으로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지만, 일단은 최대한 1군에 오래 있고 싶다. 계속 붙어 있어야 기회도 생길 것 아닌가”라며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정말 재밌다. 혼자서 공부도 많이 하지만 직접 뛰었을 때 확실히 느끼는 게 많은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할 듯하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SSG랜더스 제공/ 조형우가 경기 중 파울볼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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