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의 장(長)딴지] 페퍼저축은행, 잘 좀 하자

이고은. 사진=KOVO 제공

 겨우 최악을 피했다.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세터 이고은(28)을 빼앗겼다가 되찾아오는 촌극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구단의 오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에겐 상처를 남겼다.

 

 이고은은 2021~2022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팀을 이끌었다. 없어선 안 될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FA 시장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채선아를 영입하며 선수층 강화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데 이고은을 잃었다. 자초한 일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박정아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는데, 이고은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팀에 필요한 선수 위주로 명단을 짰다. 물론 이고은도 필요한 선수다. 다만 도로공사에서 지명할 확률이 낮다고 봤다”고 밝혔다. 오산이었다. 도로공사는 곧바로 이고은을 택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터는 코트 위 야전사령관이다. 세터가 공을 어떻게 연결해주느냐에 따라 공격 성공 확률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고은은 V리그서 10시즌을 보낸 베테랑이다. 페퍼저축은행은 검증된 주전 세터를 허무하게 다른 팀에 보냈다.

 

 결국 도로공사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이고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최하위로 올해 신인드래프트 확률 추첨서 가장 많은 구슬 35개를 확보했다. 1라운드 최상위 순번 지명 가능성이 높다.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해도 유망주 최대어까지 넘겨준 셈이 됐다.

 

 이고은의 마음에도 생채기를 냈다. 이적 첫 시즌 활약하며 새로이 각오를 다졌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보호선수 6인 내에 들지 못했다는 현실이었다. 결과적으로 다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으나 마음이 예전 같을 순 없다. 구단의 행보를 지켜본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 선수와 대화 나눈 것은 없다. 그런 부분은 나중에 이고은과 인터뷰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 일주일은 우스꽝스러웠다.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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