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전도연, 단비 같은 ‘길복순’을 만나다

 “‘길복순’은 단비 같은 작품이에요. 메마른 땅을 적셔줬죠.“

 

 연기로 정평이 났지만 부단히 새 도전에 나선다. 2023년, 그 누구보다 변화해 나간 전도연이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날엔 종일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가뭄 속 단비 같은 봄비처럼, ‘길복순’은 배우 전도연에게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길복순’ 전도연을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전도연의 첫 액션영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도연은

 “뛸 듯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길복순’은 처음부터 전도연을 두고 만들어진 영화다. 그의 출연이 결정되고 시나리오가 진행됐다. 전도연은 “날 놓고 써보고 싶다는 말이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는 전도연은 “생각보다 액션이 많더라. 당황하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엔 이질감이 없었다”고 했다.

 

 “무너지고 싶지 않았어요.”

 

 ‘여성 액션물’에 대한 낮은 기대치, 그리고 ‘전도연의 액션’을 향한 더 낮은 기대치를 짐작했다. 그래서 ‘이 악물고 해내야 한다’면서 버텼다. 결과는 잘 나왔다. 전도연의 액션은 낯설지만 탄탄했다. 그에게 ‘액션이 잘 맞는 것 같냐’고 묻자 단번에 “아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맞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는 전도연은 “하지만 잘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잘 해내고 싶었다. 내 몸이 부서져도 해내야 한다는 근성으로 촬영했다. 마음과 달리 한계가 오기도 했지만, 부딪히며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길복순’의 분위기를 좌우한 첫 액션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특별출연한 황정민과의 다리 위 액션 신이다. 전도연은 “연습실과 현장은 달랐다. 마음처럼 잘 안 되더라”고 고백했다. “이만하면 잘했다”는 황정민의 말을 뒤로하고 “한 번 더”를 외쳤다. 

 

 액션으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전도연만큼 변 감독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운 작업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피 튀기는 상가 식당 신은 한 달 가까이 촬영한 중요 장면이었다. 그는 “배우들도 많고 한 공간이지만 스팟이 많이 나와 오래 걸렸다”고 설명하며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편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 감독님이 ‘지금 컨디션이면 오프닝신 다시 찍을 수 있겠다’고 농담도 하셨다”고 했다. 

 

 밖에선 최고 실력의 킬러로, 집 안에선 사춘기 딸의 한 마디에 전전긍긍하는 엄마다. 올 초 종영한 tvN ‘일타스캔들’의 남행선에 놀랐다면, 길복순은 더 새롭다. 전도연은 “(딸이) 한창 사춘기고 자아가 생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때다. 예전엔 엄마의 행동이 맞다고 했다면, 이젠 ‘그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답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집에 직접 놀러 가 전도연과 딸의 관계를 지켜봤다. 실제 모녀의 관계성도 반영된 작품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살고 있다. 길복순의 모습에 ‘엄마’ 전도연이 겹치는 부분은 없을까. 전작의 남행선을 언급하며 전도연은 “남행선과 길복순, 나 모두 엄마로서는 서툴다. 어떻게 아이랑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답했다. 이어 연기와 육아를 비교하는 질문에는 “육아는 심플하지 않다. 연기는 명확한 지점이 있는데, 육아는 다르다. 작품은 결과가 나오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건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에는 전도연 이름 석 자가 있었다. 영화 ‘밀양’(2007)으로 ‘칸의 여왕’ 수식어를 얻고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에 비중을 둔 영화를 택했던 그가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일타스캔들’로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거뒀고, ‘길복순’으로 글로벌 흥행을 맛봤다. “더 다양하고 가볍고 재밌는 작품을 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두 작품을 만나 영롱한 결실을 맺었다.

 

 전도연은 “(상업물에 대한 갈증은) 목마르다고 물 한 잔 마시고 가실 갈증은 아니다. 사실 상업물의 기준 잘 모르겠다. 선택할 때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공감되는가를 본다. 그럴 땐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는 맘이 있는 거다. 그렇지 못해서 답답함은 있었다”면서 “하지만 앞선 두 작품을 그런 이유로 택한 건 아니다. 흥행은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사랑받으니 감사했다. ‘일타스캔들’과 ‘길복순’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전도연을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면 더 많은 관심 가져주지 않을까”라고 의미를 찾았다.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앞으로 전도연에게 뭐가 더 남았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회의적이던 그때, 영화 ‘접속’으로 그를 처음 캐스팅했던 관계자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금이 정점은 아니다. 계속 배우 전도연이 궁금할 것 같다’고. ‘길복순’을 보고 다시 메시지를 받았다. ‘앞으로도 궁금하다’고. 그 짧은 메시지가 전도연에겐 큰 힘이 됐다. 

 

 “글로벌 1위, 시청률 1위를 항상 할 수는 없지 않겠나”며 웃음을 보인 전도연은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잘 해왔구나’ 싶어 위로와 힘이 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낼 거란 힘을 주는 것 같다”고 단단한 내공을 드러냈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 많이 남았다. 전도연은 “앞으로도 다음 작품은 뭘 할지 기대되는 배우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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