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아시아 최고 선수는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다.
손흥민이 긴 기다림 끝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호골 금자탑을 쌓았다.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튼과의 EPL 30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전반 10분 일명 ‘손흥민 존’에서 전매특허 오른발 감아차기로 환상적인 골을 뽑아냈다. 99골에서 멈춰있던 그의 통산 득점이 100골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亞 한계를 뚫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시즌 23골로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골든부트)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100호골은 금세 완성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슬럼프에 허덕였고 시즌 중간에는 안와골절 부상까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냈다.
포기하지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기적을 일구며 깨어난 그는 조금씩 살아나며 지난달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 리그 6호골과 함께 99번째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2전3기 끝에 이날 브라이튼 전에서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득점 또한 그에 걸맞은 원더골이었다.
EPL 역사상 33명만 성공했던 기록이다. 손흥민은 전설 앨런 시어러, 웨인 루니, 앤디 콜, 프랭크 램파드, 티에리 앙리 등에 이어 34번째 영광을 안았다. 205골을 터뜨려 통산 득점 3위에 오른 팀 동료 해리 케인에 이어 토트넘 소속 2번째 대기록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14번째이며 아시아 선수로는 당연히 최초의 기록이다. 아울러 역대 19번째로 ‘100-50 클럽(100골-50도움 이상)’에도 가입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모하메드 살라(132골-54도움)와 라힘 스털링(113골-58도움), 손흥민까지 단 3명밖에 없는 진기록이다.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2015년 8월, 만 23세였던 ‘소년’ 손흥민은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EPL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해 9월 20일 자신의 두 번째 출전이자 첫 선발 출전이었던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후 2757일의 시간을 건너 100호골에 이르렀다.
첫 시즌 28경기 4골로 시작한 그는 선발 출전 빈도를 높이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2016~2017시즌 14골을 시작으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3시즌 만에 딱 30골을 채웠고 2019~2020시즌이었던 2020년 2월 16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통산 50호골에도 성공했다.
이후 득점 페이스는 더 빨라졌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백미였다. 1985~1986시즌 차범근이 레버쿠젠 소속으로 세운 한국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17골),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세운 아시아 선수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21골)을 모두 갈아치운 활약이었다. 여기에 이번 100호골로 방점을 찍었다.
100골 중 55골이 오른발, 41골이 왼발에서 나올 만큼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페널티킥 득점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순수 영양가도 높았다. 해트트릭도 통산 3회 성공했다.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로 기억될 손흥민이다. 남은 시즌 그는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 3골만 더 넣으면 시즌 10골을 채우는 것은 물론 통산 득점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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