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쪼그려 앉는 밭일 … ‘척추관 협착증’ 유발 주의

농업 종사자 85%가 근골격계 질환
허리 아프고 걷지 못한다면 의심
방치하면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봄철 밭일을 하며 겪기 쉬운 근골격계질환. 힘찬병원 제공

신선한 채소를 직접 키우고 수확하기 좋은 시기다. 주말농장이나 도시 텃밭을 이용해 직접 밭을 가꾸고, 봄나물을 캐서 식탁에 올리는 주부도 많다. 하지만 밭일이나 나물을 채취하는 작업은 특성상 무릎을 쪼그려 앉거나 오래 허리를 구부리는 만큼 근골격계에 무리를 주기 쉬워 주의할 필요가 있다. 6일, 힘찬병원 의료진들의 도움말로 농장일에 앞서 신경써야 할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오랜시간 허리 굽히고 일하면… ‘척추관 협착증’ 악화

농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흔히 겪는 고질병이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다. 허리를 숙이거나 웅크린 자세로 오래 앉아 농사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척추 주변 인대가 더 두꺼워지고 단단하게 변성된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척추 주변의 뼈와 인대가 점차 두꺼워지는데, 작업으로 인해 협착이 가속화되기 쉽다. 특히 신경이 눌리면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저리고 당기면서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협착이 진행된 상태라면 직업적으로 농사일을 하지 않더라도 텃밭이나 야산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나물을 캘 때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이 발병하면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잘 때도 바로 누워 자지 못하고 웅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래 걷거나 무리했을 때 통증이 나타나다가 쉬면 괜찮아지는 정도라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스트레칭, 자전거 타기 등을 꾸준히 해 주면 척추관이 더 이상 좁아지는 것을 막고 통증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걷기 힘들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이나 보행 장애가 심한데도 방치하면 마비까지 올 수도 있다. 척추관을 압박하는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척추관을 넓혀주는 다양한 치료가 있다.

◆쪼그린 자세는 무릎 건강에 ‘최악’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일하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밭일은 무릎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김태현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노화가 진행되면 연골 기질의 변화가 나타나 두께가 얇아지고 탄력을 잃어 작은 충격에도 손상된다”라며 “연골이 약해진 상태에서 쪼그려 앉아 하는 작업은 연골 마모를 가속화시켜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시킨다”고 말했다.

무릎관절염이 발생한 경우 관절이 붓고 아픈 증상이 일반적이다. 부어 있는 부위를 만지면 뼈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물이 차 붓는 증상도 나타난다. 심할 경우 무릎이 오다리처럼 휘는 증상까지 유발된다.

김 원장은 “하루 종일 통증이 지속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릎 연골을 손상시키는 요인들을 줄여주고, 하체 근육을 강화시켜 무릎 관절 부담을 줄여주는 힘을 길러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증상은 뼈·관절의 퇴행성 질환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중년 이후의 여성에서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의 ‘2020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농사일로 발생하는 질병의 84.6%는 근골격계 질환인데, 남성에 비해 골밀도가 낮은 여성의 유병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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