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오페라의 유령’, 이렇게 애잔한 유령이라니요…역시 갓승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돌아왔다. 공연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음악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바로 그 작품. 이번 한국어 공연은 2001년 초연, 2009~2010년 재연 이후 13년 만이다.

 

 1일 오후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부산 남구 문현동 드림씨어터에 도착했다. 일찍이 도착한 사람들은 저마다 설레는 표정으로 공연 전 기다림을 즐겼다. 각 층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하고, 누군가 틀어놓은 OST에 ‘아, 이 노래였어?’라며 반가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흉측한 외모로 태어나 부모에게도 버림받은 팬텀. 그는 사람의 눈을 피해 미로같이 얽힌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무도 그를 본 적은 없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기괴한 사건에는 항상 그가 연루되어 ‘유령’으로 불린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크리스틴은 오페라 하우스 발레리나로 활동하던 중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매료된다. 아버지가 보내준 음악의 천사라 확신한 크리스틴은 어두우면서도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진 유령에게 이끌려 지하 미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의 가면 속 흉측한 얼굴을 보고 두려움에 빠진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유령의 도움 아래 프리마돈나로 거듭나지만 어린 시절 친구이자 오페라 하우스의 재정 후원자인 라울과 사랑에 빠진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유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지만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인 인물. 이번 유령 캐스팅 4인방(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중 유일하게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승우가 누구던가. 그간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맨 오브 라만차’ 등 자신의 이름으로 각인되는 유수의 작품을 스테디셀러로 만든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다. 

 

 이번에도 조승우는 특유의 연기력과 노련한 감정 조절로 무대를 압도한다. 유령의 카리스마와 분노, 질투, 상실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한다. 자신을 떠나는 크리스틴을 보며 사랑을 애절하게 외치는 그. 마지막 장면 이후 유령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게 된다면 조승우의 캐릭터 해석 덕이 아닐까. 두 손을 맞잡고 무대에 집중한 관객들의 눈시울도 촉촉하게 젖어있다. 

 

 첫 무대 이후 조승우는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 등 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우리 팀을 비롯한 정말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셨다. 결국 막이 올랐고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많이 떨고 실수도 많았지만 전에 말씀드렸듯이,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며 “부족했던 제게 응원과 박수를 주셔서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이젠 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6월까지 열리는 부산 공연의 조승우 공연 회차가 모두 매진된 상태다.

 

 객석 위에서 무대로 나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는 1톤의 거대한 샹들리에, 220여벌의 화려한 의상, 때 맞춰 객석까지 흘러들어오는 날카로운 화약 냄새. 여기에 지하 미궁과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촛불들, 무대를 오가는 나룻배 등은 무대 예술의 극치다.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을 비롯해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 등 명곡의 향연도 반갑다. 세심히 다듬은 번역이 빛을 봤다.

 

 아직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지 못했다면 지금이 기회다. 한국어 공연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988년 첫선을 보이며 최장기간(35년) 공연된 작품이다. 전 세계 1억4500만명, 188개 도시, 17개 언어로 만들어졌다. 부산 공연은 드림씨어터에서 6월 18일까지 11주간 이어진다. 7월부터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러닝타임 150분.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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